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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끈 경북도청 이전 … 시·군마다 "우리 고장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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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현 경북도청. 도청은 경대교와 태평로-중앙로로 이어지는 대구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로의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광역시에 도청이 남아 있는 곳은 현재 경북과 충남 뿐이다. [사진=프리랜서 김병묵]

"낙후된 북부지역은 도청 이전에 생존이 걸려 있다. 도청이라도 와야 먹고 사는 문제가 숨통이 트이는데…."(안동시민 A씨)

"경북 제1의 도시로 도청을 옮겨야 경북 전체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균형발전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포항시민 B씨)

경북도청 이전을 놓고 유치 희망지역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안동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은 '균형발전의 시급함'을 내세우고 포항은 도청이 가장 큰 도시에 가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경북도청 이전은 경북 도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경북도는 올 초 조례까지 만들어 과열을 막고 있다. 유치운동이 일정 선을 넘으면 해당 시·군에 감점을 주겠다고 조례에 못박은 것이다. 도청을 유치하려는 시장·군수는 반상회 등을 통해 과열 행위를 자제하라고 주문할 정도다. 그러나 물밑을 들여다보면 유치 신청을 앞두고 시·군의 정보전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청 이전 어디까지 왔나=김관용 경북지사는 도청 이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뒤 곧바로 추진사업에 착수했다. 도의회는 도청 이전을 흐지부지 시킨 이의근 전 지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충남도청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올 3월 공포된 조례다. 도청 이전지 선정을 위한 방법과 절차를 담았다.

지난 4월엔 도청 이전을 주도하는 민간 중심의 심의·의결기구인 17명의 '도청이전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이전 절차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추진위는 도청도 도의회도 아닌 제3자란 점이 특징이다.

추진위는 5월 국토연구원과 대구경북연구원에 이전 예정지의 입지 및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연구 용역을 맡기고 조례에 따라 도청 이전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경북도는 추진위 출범에 발맞춰 지난 5월 도청 강당에서 도지사와 경북지역 23개 시·군의 시장·군수, 시군의회 의장, 추진위원장 등 49명이 한데 모여 도청 유치에 대한 페어플레이와 도민화합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공정한 도청 이전을 위해 역량과 지혜를 결집하자는 다짐이었다. 투명한 절차가 마련되고 화합을 다지는 자리까지 만들어지면서 시·군 관계자들은 "10여 년 허송한 도청 이전이 이번엔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 박성근씨는 "도의회가 아닌 추진위가 이전지를 결정하고, 법적 근거인 조례가 제정된 데다 행복도시·혁신도시 선정 등의 학습효과까지 더해졌다"며 도청 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선으로 선출된 이규방(토지공사 상임고문) 도청이전추진위원장도 "추진위가 도청 이전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도민들의 염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와 공동으로 특별법 제정 추진=경북도는 입지 선정과 함께 요즘 충남도와 공동으로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전남도청 이전 때까지 있었던 특별교부세가 사라지면서 국비 지원이 어려워진 현실 때문이다. 거기다 도청 이전 문제는 1981년 대구시를 광역자치단체로 분리 설치한 정부정책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국회 상정은 이달 중순이 목표다. 국비 지원과 도시개발에 따른 각종 인·허가 등을 쉽게 하자는 내용을 담는 법이다. 현재까지 의원 30명이 서명했으며 홍문표 의원을 대표로 공동 발의할 예정이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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