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부들에게도 ‘매니’ 가 필요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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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 L씨는 오늘도 회식 때문에 늦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났다. 사실 그녀도 오늘 회사에서 야근을 해야 했지만 아이 때문에 상사와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퇴근을 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것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계속 칭얼대며 귀찮을 정도로 L씨를 졸졸 따라다닌다. 회사에서 야근을 못하는 대신 싸들고 온 일은 아무래도 아이가 잠든 후에나 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빠 오면 자겠다고 버티던 아이를 재우고 집안 정리를 하다 보니 울컥 울화가 치민다. 왜 허구한 날 나만 이렇게 발을 동동 굴러야 하지? 결혼 전에는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고 어떤 난관이 닥쳐도 함께 헤쳐나갈 것 같이 굴더니, 지금 남편은 가사 분담은 고사하고 육아도 나 몰라라 한다.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들어온 남편,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피곤하다며 짜증을 낸다. 아이는 나 혼자 나았냐고, 나도 똑같이 회사 다니는데 집안일과 육아 모두 왜 나 혼자만 책임져야 하냐고 항변하니 돌아오는 남편의 대답이 가관이다. “그럼, 회사를 그만둬!”

아빠는 언제나 출타 중 - 아이는 부모가 아니라 엄마만 기른다?

위 사례는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한국 가정의 문제만은 아닌가 보다. 최근 출간된 소설 《매니》(대교베텔스만)를 보면 미국 가정에서도 남자들은 가사와 육아에 무관심한 모양이다. 그래서 미국 주부들이 택한 방법은 바로 매니를 고용하는 것이다.

매니manny는 아이 돌보는 사람을 뜻하는 ‘내니nanny' 의 남성형으로 남자 보모를 뜻하는 신조어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아기를 돌보고 있는 건장한 매니가 파파라치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는데, 할리우드와 뉴욕에서는 지금 남자 보모 매니를 고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자 보모 내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보모 매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내아이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어주고 함께 공을 차며 힘차게 뛰어놀아 주고, 딸아이를 듬직하게 감싸 안아주어야 할 아빠들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매니》는 남자 보모라는 독특한 소재로 가정에서 특히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과 중요성을 그린 신선한 소설이다. 육아에 관심이 없는 일중독자인 남편과 언제나 바쁜 아빠에게 불만이 쌓인 아이들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주인공이,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남편과 달리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매니’를 고용하면서 겪게 되는 육아와 일, 그리고 사랑을 진솔하게 그린 이 소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많은 남자들이 육아의 많은 부분을 아내에게 맡긴다. 가정적이며 육아에 관심이 많은 남편들 역시 육아에서만큼은 주도적인 입장이 서지 않고 조력자로만 머물고 싶어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부모가 키운다기보다 엄마, 즉 여자 손에서 자라나게 된다. 혼자 육아를 도맡기 벅찬 주부나 맞벌이를 하는 주부들은 육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여자 보모를 고용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도 대부분 여자들 아닌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듬직하고 믿음직한 아빠의 어깨도 필요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육아에 무관심한 세상 모든 아버지들, 《매니》를 한번 읽어보시길….

■ 대교베텔스만 출간
홀리 피터슨 지음 / 서현정 옮김 전 2권 / 각 권 8500원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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