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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권영길 위협하는 심상정·노회찬의 뒷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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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04면

노회찬·심상정·권영길 후보(왼쪽부터) [뉴시스]

전국을 돌아온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종착역에 도착했다. 9일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투·개표만 남았다.

민노당 경선, 오늘 후보 확정·결선투표 결판

관심은 권영길 후보가 과반수를 얻을 것인가에 쏠린다. 달리 말하면 노회찬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권 후보의 과반수 득표를 저지할 것인가다. 민노당 경선은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를 치르는 방식이다. 노 후보와 심 후보는 모두 민노당의 변화와 혁신을 내걸고 나왔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엔 그만큼 공통점이 많다. 따라서 결선투표가 이뤄지면 누가 결선에 올라가든 두 후보 지지표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현재 권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50.02%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긴 상태다. 심 후보가 25.53%, 노 후보가 24.45%다.

권 후보가 큰 폭으로 리드하고 있지만, 결선 투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내용상으론 초접전인 셈이다. 그러나 외관상으로 경선 레이스는 권 후보의 독주였다. 권 후보는 제주,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9차례의 지역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대세론을 호소했다. ‘역시 권영길’이란 말이 나올 만했다. 권 후보는 명실 공히 민노당의 창업주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각각 ‘국민승리 21’과 민노당의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2004년 총선에서 경남 창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권 후보의 상품성은 이런 성취와 경력이지만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의 대세론엔 당내 최다 정파인 자주파의 지지 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파 투표’ 논란은 경선 내내 뜨거운 이슈였다. 노 후보는 “한 지역에서 투표함을 열었더니 180명 투표에 특정 후보가 90%를 가져가고, 내 표가 한 표 나왔다”며 “당원들 자유의사에 맡겼으면 이런 일은 생길 수 없다. 이래 놓고 지역주의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권 후보 측은 “자주파의 지지 결정은 권 후보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며 “당원들이 바보가 아닌데 오더(order) 투표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두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경제정책 전문가 이미지를 쌓아온 심 후보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심 후보는 경남과 울산 등에서 노 후보를 제쳤고, 충북에선 권 후보까지 능가하며 1위를 차지했다. 심 후보 캠프에선 “제주에서 불기 시작한 ‘심바람(심상정 바람)’이 영호남을 거쳐 태풍이 됐다”고 흥분했다.

경선 시작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던 노 후보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노 후보는 “정파 투표, 조직 투표가 여론을 많이 왜곡시키는 것 같다”며 “그래도 2위 탈환은 문제 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논쟁에 강한 민노당의 특성을 반영하듯 세 사람은 그간 유권자 앞에서 재치있는 설전(舌戰)을 벌여왔다. 노 후보가 “히딩크 감독이 코치나 감독 할 사람을 월드컵에 내보냈나”고 권 후보를 겨냥하자, 권 후보는 “대통령은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다. 국민들은 대통령감은 역시 권영길이라고 생각할 거다”고 맞받았다. 또 심 후보가 “진보적인 경제정책 전문가들은 모두 나를 돕고 있다”고 하자, 노 후보는 “과외선생 여러 명 있다고 자랑하는 학생치고 공부 잘하는 거 못 봤다”고 응수했다. 권 후보가 “두 후보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분들이지만 권영길에게 표가 몰리고 있다”고 하자, 노 후보는 “부자 망해도 3년 간다. 3년 후에는 끝내 망한다”고 역공을 폈다.

9일 오후 민노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될지, 결선투표(10~15일)로 갈지는 전적으로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달렸다. 수도권 유권자는 전체의 43.8%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19.3%에 이르는 서울 표심이 승부처다. 서울 유권자들은 정파나 조직의 결정을 따르기보다 소신 투표 성향이 짙다.

경륜과 안정감을 앞세운 권 후보, 경제에 강한 여성 대통령을 내건 심 후보, 국민과의 소통능력을 부각시키는 노 후보, 서로 다른 빛깔의 세 사람이 서울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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