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기업가가 새 경제권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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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롄(大連)에서 6일 개막한 첫 '여름 다보스 포럼'은 새로운 경제권력의 출현을 알리는 무대였다. 기업가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충만한 '새로운 챔피언들(New Champions)'이 21세기 세계 경제계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으로 가득 찬 자리였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몰려온 1700여 명의 기업가.정치인.학자 등은 당장 10년 뒤의 생존을 보장해 줄 새 아이디어와 지식.정보에 목말라 했다. 발해만(渤海灣:중국명 보하이만) 연안을 매립해 만든 싱하이(星海) 엑스포 센터는 선진국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깔끔하게 단장돼 각국 손님을 맞았다.

이번 행사에선 '두바이의 기적'을 일군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가 '뉴 챔피언'의 대표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UAE를 이루고 있는 토후국 두바이의 지도자로 세계적 갑부이기도 한 그는 전용기를 타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정부든 도시든 기업이든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현대화를 추진해 상당한 성취를 이뤘고 중국의 변화도 지도자가 이끌었다"고 역설했다.

두바이가 별도로 설치한 부스에는 관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간이 만든 섬(팜 주메이라:야자수 모양의 섬)' '세계 유일의 별 일곱 개짜리 호텔(부르 알 아랍)' '지상에서 가장 높은 타워(부르즈 두바이)'. 작은 도시 두바이가 열악한 자연환경의 한계를 딛고 이룬 위대한 성과물들에 찬탄이 쏟아졌다. 도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한 조건에 대해 피터 토렐레 세계경제포럼(WEF) 집행이사는 "행정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도시가 곧 기업'이란 인식에 따라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이런 각도에서 가장 주목 받은 곳도 두바이였다.

포럼은 세계 경제권력의 변화, 새로운 챔피언들의 역할, 글로벌화의 가속화 방식, 새로운 경쟁 모델, 중국의 발전과 영향 등 5대 주제를 놓고 부문별 토론을 진행했다. 행사를 주관한 WEF는 '뉴 챔피언'으로 불리는 '글로벌 신흥고성장기업(GGC)'에 각별히 주목했다. 신생 경제권력의 선두로는 중국의 기업들이 꼽혔다.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해 세계 통신시장의 표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중국이동통신, 전 세계 노트북 시장 평정을 노리는 레노보, 세계 금융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중국공상은행 등이 주목받는 스타였다.

장젠칭(姜建淸) 공상은행장은 "중국은 그동안 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꿔 왔고, 지금도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바꿔 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도.멕시코.레바논의 기업들도 GGC 대열에 합류했다.

전통 기업과 신흥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경험과 아이디어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 WEF의 멤버인 인텔.씨티그룹.BT 등 전통적인 기업의 CEO들은 GGC와 신흥 도시 지도자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주는 한편 상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청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CEO 새뮤얼 디피아자는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동통신 CEO 왕젠저우(王建宙)는 "신흥 기업들은 시련을 새로운 활력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날 저녁 특별 연설에서 "아직 개발도상국인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정치개혁도 추진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SK가 유일하게 부스를 설치했다. 국내 최초로 PET병 무균 충전사업(아셉시스)을 성공시킨 효성그룹의 조현상 전무가 WEF에 의해 영 글로벌 리더(YGL)로 선정돼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다롄=장세정 특파원

◆글로벌 고성장 기업(GGC)=다롄 '여름 다보스포럼'에서 최고의 화두는 '뉴 챔피언(New Champions)'이다. 특히 글로벌 고성장 기업(global growth companies:GGC)이란 용어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용어 정의에 따르면 GGC에 들어가기 위한 첫 조건은 연간 성장률이 15%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또 연간 매출액은 1억(약 950억원)~5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이다. 그 외에 필요조건은 더 있다. 전통적인 활동 분야에서 벗어나 신규 사업을 확장해야 하고, 특정 산업 분야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GGC의 대표적 사례가 될 만한 기업 6개가 예시되기도 했다. 중국 다롄 소프트파크에 입주한 네오소프트, 인도의 프라즈 인더스트리, 레바논의 MDS 홀딩스, 인도의 YES은행, 독일의 치아겐, 미국의 세팔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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