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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보개혁에 고려할 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의료보장개혁위원회가 14일 제시한 의보재정개혁안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민간의료보험제도(사보험제)의 도입이다.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국민의 의료욕구에 비춰볼때 이 제도의 도입 자체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본다. 병실 특실료·고가장비 사용료·특수 고가약품비 등까지 현재의 의보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고,또 재정능력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출은 사보험을 통해 해결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보험제도를 도입할 경우 분명히 전제돼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사보험제의 도입이 현재의 부실한 공적 보험제도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국민개보험제가 실시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피보험자가 보험료 이외에 내는 진료비가 병원 전체 진료비의 40∼50%나 되는 형편이다. 이는 앞으로 의료급여범위의 확대를 통해 적어도 20% 이하로 낮춰져야 한다. 이런 개선없이 사보험제만 도입할 경우 국민의 의료비부담은 크게 줄지 않고,사보험이 공적 보험을 압도하는 주객 뒤바뀜의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또 사보험시장은 외국에도 개방하지 않을 수 없어 국민보건문제가 외국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공적 보험의 강화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개혁위원회가 제시한 의료발전금고 설립안도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개혁위원회의 안은 현재 직장조합의 잉여적립금을 의료기관 지원에 돌리자는 것이나 보험료를 의료기관 지원에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잉여금이 생겼다면 보험요율을 낮추거나 급여범위를 확대하는데 써야지 왜 의료기관 지원에 써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또 현재 적립된 잉여금은 그동안 의료수가가 억제되어온데다 88년이후 임금이 크게 올라 생긴 일시적인 결과일 뿐이다. 의료기관의 재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의료수가 조정으로 해결할 문제지 의료보험조합의 잉여적립금으로 해결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고액진료비 공동사업의 확대나 노인의료비 공동사업의 도입 등은 그 취지는 인정할만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적으로 직장의보 재정에서 자금을 빼내 농촌,혹은 지역의보쪽에 투입하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직장의보쪽에서도 일부 그 부담을 져야 하나 성격상 더 큰 부담은 국가재정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비단 이들 문제뿐 아니라 이번 의보재정 개혁안에서 국가의 재정부담 확대방안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이 큰 결함이다.
개혁안은 의료보호의 지정의료기관 확대,본인부담금 보상한도 축소,CT촬영의 급여 포함 등은 여러가지 긍정적인 제도개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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