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차기총리 굳어진 하타 외상/이중권력 구조 조율이 과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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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교·북핵문제등 신생­사회당간 정책차 여전/자민당도 내부균열… 예산통과까지 단명 점쳐
차기 일본 총리로 하타 쓰토무(우전자·신생당 당수) 외상겸 부총리가 거의 확정된 배경은 연정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현 연정내 각 정파간의 의견일치 때문이다.
분열 일보직전까지 갔던 연립여당은 12일을 고비로 연정을 유지한다는데 합의했으며 연립의 기본틀을 부수지 않고 연정을 추스를 수 있는 인물로 현재로선 하타밖에 없다는데엔 거의가 공감해왔다.
연정은 11일까지만해도 신생·공명·일본신당과 사회·민사·신당사키가케로 양분돼 분열이 거의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도록 했다. 그러나 「정권의 좌에서 쉽사리 물러나기 힘든」 정치의 속성이 분열을 극복했다.
사회당과 사키가케·민사당은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신생당 대표간사·이치카와 유이치(시천웅일) 공명당 서기장의 정치수법을 혐오,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강한 저항을 했다.
연정을 유지할 경우 하타 외상이 차기총리로 거의 확실한데 이는 연정이 그전보다 더욱 오자와·이치카와의 소위 「이치·이치(일·일) 라인」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반발은 연정을 유지하되 「이치·이치라인」의 전횡에 못을 박자는 것이 목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의 원내 세력분포상 연정을 유지하려면 사회당이 어디에 남느냐가 절대적이다. 그렇지만 사회당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만악의 근본으로 매도해온 자민당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
신생당·공명당은 그들대로 연정을 한번 뒤흔들어보려 했다. 신생·공명·일본신당은 이에 따라 연정구성 정당을 갈아치우려는 시도도 해봤다. 정책차가 별로 없는 자민당의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전 부총리를 총리로 내세움으로써 자민당의 분열을 유도,2차 정계개편과 연정의 정책통일이란 일석이조를 노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와타나베가 90여명 정도의 자민당 의원을 끌고 나와야 한다. 현실은 와타나베를 따라 나올 사람이 겨우 30여명에 지나지 않는데 문제가 있었다. 신생당측은 결국 와타나베 카드를 포기하고 원래의 연정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선택의 길이 없었던 탓이다. 이제 하타 정권은 늦어도 다음주초 발족하게 됐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이번 소동을 통해 오자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외교·방위정책 및 북한 핵문제에 대한 신생당·사회당측의 견해차는 크다. 이중권력구조와 정책차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하타정권의 과제다. 미일 통상마찰,경기대책,규제완화,세제개혁 등 과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94년도 예산통과와 소선거구 분할작업이 끝나면 바로 의회를 해산,총선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단명내각이라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한편 자민당은 이번 소동을 통해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총재 등 집행부와 와타나베현의 갈등이 커져 그 균열을 쉽게 메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가노 미치히코(녹야도언) 총무회장 대행·가타카와 마사야스(북천정공) 부간사장 등 소장파 개혁의원들 20여명이 총리지명선거에서 하타 외상에 투표하고 자민당을 떠날 방침을 굳혀 또다시 분열될 위기에 처해있다.
호소카와 내각 붕괴를 위해 혼신의 힘을 써왔으나 막상 호소카와 정권이 무너지자 자민당은 정권탈환은 커녕 더 타격을 입는 것 같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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