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로 우뚝 선 '복음성가 디바' 레나 마리아 내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세계장애인대회 참석을 위해 두 팔 없는 복음성가 가수 레나 마리아가 방한, 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음악회’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 세계장애인대회 전야제 공연을 준비하던 인천오페라합창단원들이 복음성가 가수 레나 마리아(39.여)의 대기실 앞에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두 팔이 없고, 왼쪽 다리마저 짧은 그녀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자 마리아가 먼저 미소를 지었다. 서로 어깨를 맞대고 사진을 찍는 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은 보이지 않았다.

노미연(24)씨는 "표정이 너무 밝아 팔이 없다는 것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를 가진 가수와 공연하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세계적 복음성가 가수 레나 마리아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장애인들의 축제를 자축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장애를 가지고 산다"며 "다른 사람이 선글라스를 끼듯 나는 왼쪽 다리에 의족을 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족을 한 뒤부터 혼자 걷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혼자서 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는 장애인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탓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감미로웠고, 그녀의 오른발은 만능이었다. 한 발로 운전을 하고, 글씨도 쓴다. 오른발 하나로 명함을 건네고, 악보를 넘기는 일도 척척 해낸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혼자서 걷는 데 3년이 걸렸고, 혼자서 옷을 입는 데 12년이 걸렸다.

그녀는 "누구나 혼자서 화장실에 가고, 혼자서 옷을 입는다"며 "독립적으로 생활하면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되고,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천성 장애아였던 마리아가 홀로 서는 데는 장애인을 특별한 눈으로 보지 않는 스웨덴 사회와 부모의 힘이 컸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넘어져도 일으켜 주지 않고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특수 학교도 다녀 본 적이 없다. 장애인과 한 반에서 공부하는 것이 스웨덴에선 당연한 일이다. 열여덟 살 때는 세계 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 나가 50m부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스웨덴의 명문 스톡홀름 음대를 졸업하면서 가수가 됐다. 그녀는 "수영은 경기를 할 때만 재미있지만 노래는 항상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음악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세계 각국 공연을 통해 생긴 수익의 일부를 태국.루마니아의 고아와 빈민들을 돕는 데 보태고 있다. 요즘엔 장애인 자립을 돕는 단체 설립도 추진 중이다.

세계장애인대회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녀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라며 "이번 대회가 장애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세계장애인대회=국제장애인연맹(DPI) 주관으로 1982년 시작돼 올해로 7회를 맞았다. 5~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71개국에서 2300명이 참가한다. 3월 제정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서울 선언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