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억대직원 탄생에 부쳐-무리한 약정고경쟁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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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증권 업계에 억대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이 탄생해 화제다.
한 증권사 영업 직원이 넉달동안 9백억원의 약정고를 올려 1억여원의 성과급을 받았는데,최근 증권사들이 약정고에 따른 성과급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로 볼 때「억대 스타」는 계속 배출될 전망이라는 것이다.성과급 제도가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임금체계이며,선진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현재 증권 업계가 외국 증권사들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에 따라치열한 영업실적 경쟁과 우수인력 확보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다급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증권 업계가 앞다투어 거액의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그것은 이 제도가 무리한 약정고 경쟁을 불러일으켜 투자자의 피해와 증시의 투기화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약정고 경쟁이 과열되면 고객에게 성실하게 봉사, 착실하게 수익을 올려주는 것은 뒷전이 된다.대신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익률 경쟁이 일어 투자가 투기로 변하고 과다한 매매 회전을 유발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일임매매.임의매매가 판을 쳐 증권사와 고객간의 분쟁도 심화될 것이다.
증권사로서는「크게 벌어드릴테니 일단 한번 믿어보라」는 식으로영업을 하게 될 터인데 이 과정에서 많은 무리수가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을 한번 사고 파는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1% 정도여서 한 달에 두 번씩만 매매를 한다고 해도 연간24%에 이른다.이는 지난 한해 평균 주가상승률(약 27%)과맞먹는 것이어서 증권 투자로 번 돈 모두를 증권사에 갖다 바치는 셈이 된다.
이익을 많이 내주는 직원에 대해 회사가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해줘야 한다는 논리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그러나 증권사 직원의 성과를 약정고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않다.
증권사 직원을 평가하는 잣대는 증시의 건전한 발전과 육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정으로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 있는지가 되어야한다.평가 대상기간도 너무 단기적이어서는 안된다.
증권가의 억대 샐러리맨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맞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漢陽大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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