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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못볼 「조계사 결투」/돌·물줄기·휘발유·부엌칼 난무(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장대끝에 매달린채 연신 허공을 휘젓는 부엌칼,소화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얀 분말,소방호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욕지거리….
10일 전국승려대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는 홍콩 무술영화가 아니면 보기 힘든 처절한 난투극이 한바탕 벌어졌다.
이날 범종추와 총무원측 승려간에 「난장판」이 시작된 것은 승려대회가 끝난뒤 20여명의 범종추측 승려들이 총무원을 접수하기 위해 건물내로 진입을 기도한 오후 4시쯤부터.
이어 건물 밖에 있던 범종추측 승려들이 대거 가세,굳게 닫힌 3층 철문을 부수기 위해 절단기와 용접기를 옮겨 날랐다.
그러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건물 4,5층에 몰려 있던 총무원측 승려들은 미리 준비한 듯한 돌과 병을 던지고 호스로 물을 내뿜는 등 본격적인 저지 작전에 나섰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오후 5시10분쯤 조계사 주변에 배치됐던 서울 전투기동대 소속 경찰들이 경내로 투입됐다.
그러나 이들 진압경찰들도 범총추 세력에 동조하는 청년신도들에 의해 총무원 건물앞까지의 진입이 저지당했다.
바로 그 시간 4층의 총무원측 승려들이 휘발유통을 들어 아래로 쏟아 부으면서 『태워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식칼을 묶은 장대를 바로 아래층에서 철문 절단 작업을 벌이고 있는 범종추측 승려들을 향해 내던지듯 휘두르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연출됐다.
결국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중세의 「성 빼앗기」 전쟁같은 양측의 싸움은 밀어붙이기 작전을 전개한 경찰에 의해 2시간여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도심의 소동에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싸움을 지켜본 시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어떻게 법복을 입은 스님들이 저럴 수 있나요.』 조계사 사태가 궁금해 일부러 찾아왔다는 60대의 한 여신도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표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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