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상품 구색·서비스 한국식 그대로 … 러시아서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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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2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백화점의 첫 해외 점포다. 패션·명품뿐 아니라 가전·가구·식품까지 없는 게 없는 ‘한국식 백화점’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상품 구색에서부터 멤버십 혜택, 사은품 증정, 무료 주차 서비스까지 한국식 손님 끌기 전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1979년 문을 연 뒤 국내 백화점 업계 정상을 놓친 적이 없는 롯데백화점이 금발에 파란 눈의 러시아 사람들에게 먹힐까. 국내외 유통업계는 롯데백화점의 모스크바점을 주목하고 있다.

 ◆오일 머니 넘치는 러시아를 노린다=백화점과 롯데호텔(내년 완공 예정)이 들어설 ‘롯데플라자’는 청와대 격인 크렘린 궁에서 서쪽으로 불과 1.7㎞ 떨어져 있다. 러시아 상류층이 밀집한 도시의 핵심부다. 경쟁 백화점인 굼·춤·스톡만 백화점도 모두 반경 3㎞ 안에 있다.

 롯데플라자 부지는 3만8530㎡. 롯데그룹은 여기에 4억 달러(약 3800억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3년 안에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러시아 경제가 이런 자신감의 밑천이다. 5년 새 국내총생산(GDP)이 50% 가까이 늘고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비중이 80%를 넘어설 정도라 구매력이 탄탄하다는 것.

 모스크바점은 지하 1층~지상 7층에 영업면적은 2만3130㎡다. 서울 명동 본점 본관의 40% 정도 규모다. 식품부터 명품·패션·가전·가구까지 다 파는 ‘한국식 원스톱 쇼핑센터’다. 지하에 식품 매장을 마련하고, 1층부터 화장품·여성의류·남성의류가 차례로 위치한 매장 구성까지 한국 백화점을 꼭 닮았다. 고객 서비스도 한국식으로 무장했다. 롯데백화점의 임형욱 홍보과장은 “손님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손님 한 명 한 명을 밀착 마크하는 한국식 서비스는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형 백화점 성공할 것”=지난달 31일 모스크바 스위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동빈 부회장은 이런 한국식 백화점이 러시아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러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향하는 고성장국이지만 중상위층의 유통 채널이 부족하다”며 “해외 유명 브랜드를 많이 확보한 롯데플라자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애국심이 남다른 러시아 국민이 다른 나라 백화점 물건을 얼마나 사주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러시아 국민도 소비재를 고를 때는 애국심보다 (제품) 경쟁력을 중시한다”고 답했다. 롯데백화점은 모스크바점의 연간 매출을 1400억원으로 기대했다. 신 부회장은 “내년 5월께 롯데백화점 베이징점, 8월께 롯데마트 호찌민점을 열어 해외 비중을 확대하겠다”며 2010년 세계 백화점 업계 10위 안에 진입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신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잠실에 세우려고 했던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그런 명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울시와 계속 얘기해 왔다. (정부가 건설을 불허했지만)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찾아가면서 계속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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