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수정 잘잘못 밝혀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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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루과이라운드(UR) 최종이행계획서 수정문제가 「혹 떼려다 혹 붙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 문제를 따진 국회 농림수산위에선 진상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 주장까지 나왔다. 이 문제를 정치공세의 호재로 잡고 있는 야당에서는 이를 기본적으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우리의 권리를 포기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수산부는 잘 하려다 잘 하지 못한 것일뿐 당초안보다 양보한게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가 보다 소상하게 국민앞에 진실을 밝혀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UR 최종이행계획서 검증과정에서 정부가 미국측과 비밀협약을 맺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잘 하려다 잘 하지 못했다는 도식적 해명에만 그치고 있다.
김 대통령도 이 문제와 관련된 시비를 밝히고,국민앞에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또한 야당도 정치공세를 격화시키기에 앞서 우선 사건의 진상부터 정확히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정부 해명대로 추가양보는 한게 없고,협정문을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가 그 일부는 반영됐고,일부는 거부된 증거가 뚜렷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단지 처음 협상문을 만드는 협상에 임할 때부터 해석뿐만 아니라 조항자체를 유리한 방향으로 관철시키는 노력을 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하지 못한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국회 답변에서 농림수산부장관은 지난해말 UR 타결때는 국영무역이나 종량세 선택조항,또는 부과금 징수 등 국내 농수산물 보호장치가 있다는 걸 몰랐음을 시인하고 있다. 뒤늦게 이를 알고 이행서 작성에 추가시켰으나 상대국에 의해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란 해명이다.
이 말은 협정문을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나머지 과욕을 부리게 됐다는 종전 해명과는 차이가 있다. 결국 협정문 협상과정에서 할 일을 안하고 있다가 뒤늦게 협정문 해석에서 그것을 커버하려다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것을 처음 잘못은 감춘채 잘해보려다 반쯤 잘됐다는 식으로 설명하니 사태를 호도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초부터 이 소동의 핵심적 원인으로 지적된 정부의 협상능력 부족은 지금이라도 단호하게 추궁돼야 한다. 이번 소동의 원인은 당초부터 정부의 협상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지 선의의 과욕은 핵심이 아니다.
UR문제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를 마무리하는데 있어서 정부가 미숙했다면 그에 따른 비판과 책임추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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