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번지 혜택 전국에 나눠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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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강남구는 '사교육 1번지'로 통한다. 8학군의 이점에다 대입 학원만 4백80여개가 몰려 있는 사교육 환경 때문이다.

이런 강남구가 "강남이 변화면 우리나라 사교육 문화를 바꿀 수 있다"며 "관내 유명 학원의 잘 나가는 강사들로 '드림팀'을 만들어 이르면 4월부터 인터넷 대입 무료 특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본지 1월 5일자 11면, 12일자 9면 보도>

권문용(權文勇.61.사진)강남구청장을 25일 만나 인터넷 특강을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등을 들어봤다. 權청장은 "인터넷 특강으로 사교육 1번지인 강남을 교육 1번지로 바꾸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왜 인터넷 특강을 하려 하는가.

"얼마 전 강남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녀는 '파출부를 하며 뼈빠지게 일해도 아들 학원비를 댈 수 없다'며 울먹였다. 강남에는 초.중.고 사설학원이 1천3백여개나 된다. 좋은 학원에 보내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나도 세 자녀 학원비 대느라 진땀 뺐다. 그래서 사교육 1번지의 혜택을 전국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대안으로 인터넷 특강을 생각했다."

-정말 무료로 할 것인가.

"물론이다. 올해를 인터넷을 통한 사교육 추방 원년으로 삼겠다. 돈이 없어 학원에 못 가는 강남의 영세민 자녀는 물론 강북 학생이든, 산간벽지 학생이든 누구에게나 유명 강사의 특강을 들을 기회를 제공하면 강남이 전국 교육 1번지로 거듭날 수 있다. 학원 때문에 빚을 내 강남으로 이사올 필요도 없어진다."

-드림팀 구성은 잘돼 가나.

"다음달부터 강사진 스카우트 작업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학계와 시민단체, 일선 교사, 정보통신.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 10여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인터넷 특강 관련 업무를 맡을 특별전담팀 7명도 발령냈다."

-언제 강의를 시작하나.

"이르면 4월, 늦어도 6월엔 한다. 내용이 시시하면 외면당한다. 최고 수준이 원칙이다. 고교생들은 이용자 번호와 비밀번호를 특강 시작 전에 미리 발부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강사료 부담이 클 텐데.

"필요하면 얼마든지 쓰겠다. 나눔의 교육을 펴자는 뜻인 만큼 강사들도 돈에만 얽매이진 않을 것이다."

-주민들이 낸 세금을 다른 지역을 위해 쓰는 셈인데.

"(벌떡 일어나며) 강남 주민들은 '나눔'에 결코 인색하지 않다. 지난해 태풍 '매미' 때도 주민들이 먼저 나서 피해지역을 지원하라고 아우성이었다. 관내 주민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도 45명 중 43명이 찬성했다."

-구청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자문위원들과 강사 선정, 특강 과목 우선순위 결정 등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조언을 구하겠다. 서울대 사범대도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마음이 든든하다."

-학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인터넷 특강은 '윈-윈'서비스다. 학생들은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고 학원은 나름대로 더욱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당연히 강의 수준도 높아진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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