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주부통신>12.일본 학교급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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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침 일찍 학교 뒷문으로 야채가게.정육점.생선가게로부터 신선한 재료가 배달돼온다.오전 7시30분.조리사 7명은 8백50명분의 급식준비에 들어간다.
11시30분까지 학생 전원의 식사준비를 마쳐야 한다.오늘 메뉴는 중국식덮밥.감자튀김.우유.디저트다.중국식덮밥에는 쇠고기.
새우.오징어.버섯등 12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껍질을 벗기고 다지는 것만 해도 일손이 달린다.12시30분.정성들 여 만든 따뜻한 점심이 교실로 운반된다.
2차대전직후 완전급식이 실시된지 45년이 지났다.초창기 급식은 영양상태가 좋지못한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한 밀가루와 탈지분유로 시작됐다.
『빈곤의 산물인 급식은 풍요로운 시대엔 맞지않는다』『식사정도는 각 가정의 개성에 맡겨야한다』는 등 급식폐지론자들의 의견도많지만,급식은 이미 일본 학교교육의 특별활동의 하나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젓가락.숟가락.포크.나이프 사용법과 먹는 자세등 바른 식사법,식사를 통한 인간관계 육성,영양관리,식량생산과 소비에 관한 이해등 실로 높은 교육효과를 노리고 있다.
급식은 교실 뿐만 아니라 교내 여러 장소에서 행해진다.할아버지.할머니를 학교로 초대해 운동장에서 피크닉 분위기로 급식을 함께하는 「아오조라(靑空)급식」이란게 있는가 하면,학교마다 런치룸이 설치돼 영양사등 조리 관계자와 교류를 갖는 급식시간도 있다. 도쿄의 주택가가 많은 분쿄구(文京區) 한 국민학교의 영양사 이가라시(五十嵐)씨는 이 시간은 어린이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한다.도모코가 얼마전까지 못먹던 홍당무를 오늘 드디어 입에 넣었다.히로시가 어머니 한테 똑같은 걸 만들어 달라겠다고 조리법을 물어왔다.또 맛이 없다고신랄하게 비판하는 어린이도 있다.
어떤 의견도 소중하다.이런 것을 통해 8백50명 어린이의 성장을 지켜볼수 있다는 것은 영양사의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영양사는 어린이들로부터「급식선생님」이라 불린다.「급식선생님」의 당면 목표는 어린이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가정에서 어머니의 식사준비를 돕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어머니=만드는 사람,나=먹는 사람」은 곤란하다는 것.정기적으로조리실에서 실시하고 있는 급식 앙케트에 의하면 인기메뉴는 카레라이스.스튜.그라탱.싫어하는 야채 ,즉 많이 남기는 야채는 샐러리.피망.파順이다.인기없는 야채를 어떻게하면 맛있게 먹게할까가 학교부엌을 맡은 사람의 고심거리다.식단은 그 계절의 미각을살리는데 중점을 둔다.4계절의 미각을 어릴때부터 혀로 익혀가도록 한다.
이 학교의 식단표는 2주일분씩을 미리 배부한다.각 요리의 칼로리.내용물.첨가물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또 요리와 계절행사의 연관성을 식단에 살린다.몇달분 식단을 살펴보는 가운데 비빔밥.나물.미역국.불고기가 몇번이나 등장해 필자는 약간 즐거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급식비는 한달에 4천5백엔(한화 약3만5천원).학부모는 재료값만 내고 인건비.시설비는 자치구와 나라가 부담한다.경제사정이어려운 경우 면제받을 수도 있다.일본의 급식제도도 많은 문제를안고 있다.재료의 구입루트.보존.농약사용문제. 조리방식.음식에대한 개성무시등.
이런 의견을 반영,새로이「마쓰도(松戶)」식 급식이 등장했다.
도시락도,급식도 그 전날 선택할 수 있다.전날 급식메뉴를 골라예약하는 방식으로,완전히 본인의 의사에 맡긴다.알레르기 체질의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고 한다.당당히 도시락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
급식이 여기까지 도달하기엔 많은 노력과 고생이 있었다.정부.
교육기관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학부모.조리사 모두의 의견이 급식을 유지.발전시켰다.오는 4월부턴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수입쌀 혼합이다.혼합 비율과 맛을 둘러싸고 어 떤 반응이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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