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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엔 완보… 경협엔 속보/한중 정상 무얼 논의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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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화해결”은 북한도발 억제 함축/대중투자 걸림돌 한꺼번에 제거
김영삼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은 북한 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실질적인 양국 경제협력 확대,국제무대에서의 상호협력 등 양국관계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였다. 안보리제재가 논의되는 가운데 과연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당장 제재를 취하는 쪽보다는 좀더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 합의를 보았다.
또 중국이 매번 강조했던 한반도 비핵화원칙을 다시한번 상기시킴으로써 북한의 핵보유를 원치 않는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 국가주석의 이같은 언명은 종전의 그것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강 주석의 북한 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 주장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반대한다는 측면과 함께 북한의 무력도발도 곤란하다는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안보리의 제재에 들어가기전 필요한 여런절차를 밟으면서 다시한번 대화의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다.
제1단계는 안보리의장의 촉구 성명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것이 안될 경우 좀더 강도높은 결의안을 채택하며 최종에 가서야 제재결의안이 나오게 되는 수순을 밟자는 것이다.
강 주석은 김 대통령의 대북 영향력 행사 등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 요구에 일단 수긍하는 대신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을 계속 자극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소지가 크다며 유엔의 대북제재 지양과 팀스피리트훈련 재개 재고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김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구체화 해나갈지는 의문이다.
특히 북한핵이 남북한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의 공통관심사이기 때문에 사태는 간단치 않은 것이다.
양국 정상은 경제·통상·기술협력 분야 등에서는 많은 합의를 도출해냈다.
이번 김 대통령의 방중을 기해 한중 양국간에 「이중과세방지협정」 「문화협정」 등을 체결하고 「통신협력 양해각서」 교환과 「산업협력위원회 설치」 합의 등이 이뤄진 사실이 말해주듯 양국간에는 놀라우리 만큼 우호적 협력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양국이 다소 이견을 보이는 것은 예컨대 교역확대와 관련,『중국무역의 투명성을 보장하라』(김 대통령)는 것과 『한국측의 조정관세 완화가 필요하다』(강 주석)는 정도다.
이밖에 양국 정상은 지난해 체결된 환경협력협정에 따라 해양자원 개발·보호기술 등을 공동추진키로 합의했으며,항공협정도 조속히 체결키로 하는 등 그간 미뤄져왔던 현안들이 거의 마무리됐다.
양국간 산업협력의 대명사격인 자동차·항공기·전전자교환기(TDX)·고화질TV 등의 합작 개발·생산·판매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원자력분야에서의 협력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의 대중투자 확대 등 양국간 경협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은 물론 4월1일부터 시행되는 여행규제 철폐조치에 따라 비경제 부문에서의 교류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북한 핵문제로 인해 경제분야의 협상에서 우리 몫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일은 없느냐는 점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며,그 노력이 여의치 않을 경우 김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쌓아올린 성과가 무위에 그칠 여지도 있다.<북경=김현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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