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몸은 끝이 안보이는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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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자매 Ⅸ’50 x 45 x 40㎝, 대리석, 2004.

돌과 청동으로 빚은 풍만한 여인상이다. 머리와 몸길이의 비례는 요즘 유행하는 8등신은 커녕 5~6등신에 지나지 않는다. 엉덩이가 크고 허벅지가 굵은 여인들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 따스하고 푸근하고 넉넉한 이미지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여성, 고향, 어머니의 이미지가 그런 것이 아닐까.

중견조각가 고정수씨(60)의 15번째 개인전은 여성성에대한 지속적인 모색의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전시는 2부로 구성됐다. 29일~9월 11일 개최되는 1부에선 조각 45점을 보여준다. 70~80년대 작품 두점을 제외하면 지난 5년간 제작한 것이다. 9월14일~29일 이어지는 2부에선 작가가 자신의 조각을 촬영하고 배경을 합성한 사진 21점을 전시한다.

작가는 1966년 홍대 조소과 입학 후 30여년간 여성상만 만들고 있다. 그는“나에게 여성은 고향과 어머니의 따뜻함과 푸근함을 의미한다”며 “여체는 내게 모티브가 아니고 주제이며, 내 제작행위의 생명이다. 여체는 끝이 안보이는 숙제”라고 설명했다.

전시 2부는 자연풍경과 자신의 조각을 합성한 사진들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다. 여인상들은 푸른 하늘에서 신나게 달려가기도 하고 허공에 등신불처럼 가부좌를 하고 떠 있기도 한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앉아있거나 선유도 앞 바다에 평안하게 누워있는 사진도 있다.

작가는 “지난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풍경과 내 조각 사진을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했다”면서 “작품은 여러 각도와 여러 배경에서 보아야만 가치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02-734-0458.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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