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 목적이 「돈벌이」인가(사립고 비리진단: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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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찬조금 거둬 사복 채우기 바빠/적자땐 정부·학부모에 손내밀기 일쑤
최근 몇년새 서울시내 사립고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 추세를 따져보면 우리의 사립고교가 서있는 위치와 비리의 구조적 원인을 추려볼 수 있다.
89년 서울시내 59개 사립고교 82억원,90년 84개교 1백55억원,지난해 1백53개교 9백13억원이 지원됐다.
올해에는 이 액수가 5년전보다 열배 이상 늘어난 1천수백억원을 넘어갈 것으로 전망돼 사립학교 지원금은 이제 정부로서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립고교로서도 일단 지원금을 받으면 사사건건 간섭에 시달리지만 빈사상태에 빠져가는 재정형편으로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학교측이 부담해야 하는 교직원의 연금·의료보험금을 한푼도 못내 전액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학교가 서울에만 33개교,재단 전입금이 한푼도 없는 학교가 80%인 실정이고 보면 설립자들이 돈만 되면 불법도 서슴지 않게 만드는 주범이 만성적 적자재정이란 주장도 일리가 있다.
상문고 사태로 사학들은 일제히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고 사학비리를 척결하라는 비난이 거세지만 사학측도 할 말은 많다.
『상문고 같은 일부 사학의 비리로 사학 전체를 매도하면 안된다. 교사들의 촌지 수수·내신성적 조작 문제는 공·사립 상관없이 교사 개개인의 자질문제』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실업계 명문고교인 K여상은 지난해 12억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았지만 재단은 적자였다.
『학생 1명에게 드는 연간 교육비가 95만원인데 비해 등록금은 75만원에 불과합니다. 인건비 차액은 정부보조로 때운다지만 시청각 교재·컴퓨터 구입 등이나 교실 개·보수 비용은 어디서 나옵니까. 게다가 학부모의 찬조금도 일절 금지돼 있습니다.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나와야 합니까.』
박모교장의 항변이다.
사학운영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적도 있었다.
60∼70년대초 늘어나는 학생수를 감당하지 못한 정부는 사학건립을 장려했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건립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교사채용에 수천만원씩을 받아내고 부정학생들을 입학시켜 사복을 채우는가 하면 학교 재산을 유용,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됐었다.
결국 사학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가 계속 강화되어 온데는 사학 스스로 자율정화를 하지 못해 자기 무덤을 판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정부지원금으로 사립학교를 먹여살리는 악순환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학교 선택을 학부모·학생에게 돌려줘 적자생존하게 해야 한다는 사립학교측의 주장이다.
『평준화를 고수하고 물가안정을 이유로 사립학교 등록금을 묶여놓는한 사립의 비리 발생요인을 근절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부족자금을 전액 지원해주지 못할 바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학부모가 부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립학교 협의회측의 주장이다.
사립학교 비리는 아직도 학교를 개인 영리수단으로 보는 일부 설립자들의 탐욕과 주먹구구식 학교 운영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
사학은 또다시 위기에 서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단속을 강화한다는 으름장을 놓거나 감정적인 비난만 퍼붓는다고 해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리는 만무하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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