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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 무는 '신정아 비호'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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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국대 교수에서 파면된 신정아(35.여)씨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이었던 한갑수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회장은 27일 "장윤 스님이 (7월) 7, 8일께 전화를 걸어 '비엔날레 예술 총감독을 하는 데 필요한 건 학위가 아니라 기획 능력과 경험이 중요한 것 아니냐'며 신씨의 예술 총감독 유임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청와대 변양균 정책실장이 신씨의 '거짓 학위 의혹'을 제기한 장윤 스님에게 "문제를 확대시키지 말라"고 회유했다고 전해진 시점과 맞물려 있다.

◆장윤 스님의 이중 행각=장윤 스님은 신씨 학위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람이다. 2월 동국대 이사회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5월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이어 기자회견을 자청해 신씨의 박사 학위가 거짓이라는 자료를 공개했다. 7월 본지 기자와 만났을 때도 "반성할 줄 모르는 곳에는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갑수 전 이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장윤 스님이 지금까지의 주장을 180도 뒤엎은 셈이다. 그가 한 전 이사장에게 전화를 한 시기는 변 실장을 만난 직후다. 이 자리에서 변 실장은 "더 이상 신씨를 문제 삼지 않으면 이사직에 복직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두 사람의 만남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장윤 스님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변 실장의 회유성 압력 의혹이 최초로 알려진 24일 이후 장윤 스님이 종적을 감춘 것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당당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변 실장도 24일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을 통해 "동국대 문제, 전등사 정책민원 관련 문제 등으로 7월에 장윤 스님을 만났지만 신씨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있다.

◆한갑수, 오영교의 갑작스러운 해명=한 전 이사장이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나선 것도 의문점이다. 그는 "총감독 후보로 9명이 추천됐으며 (신씨의 허위 학력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인) 당시만 해도 신씨가 가장 적격자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씨를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장 직을 그만두었다. 본인의 해명에 불구하고 신씨 선임을 강행해 '고위층의 압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았다. 이처럼 곤욕을 치르면서도 그는 장윤 스님의 이상한 행보에 함구해 왔다.

오영교 총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신씨 사건과 관련해 변 실장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 총장은 또 "6월 중순께 신씨 관련 (대학 자체의) 내사 보고를 받고 학위가 가짜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신씨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부탁 받거나 사표 수리를 늦추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신씨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사표를 반려했다면 어떻게 내 손에 있겠는가"라며 신씨의 사표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얽히고 설킨 인연=변 실장, 오 총장, 한 전 이사장은 모두 오랜 공무원 생활 동안 서로 간에 이런 저런 인연을 맺으며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다. 변 실장과 오 총장은 고려대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출신의 동창이다. 나이로는 1948년생인 오 총장이 한 살 위이고, 행정고시도 오 총장이 12회로 두 기수 빠르다. 비슷한 연배의 대학 동문에다 둘 다 독실한 불교 신자라는 공통점 때문에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개인적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변 실장과 오 총장은 2005년 1월 개각 때 함께 기획예산처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입각한 인연도 가지고 있다.

한갑수 이사장도 변 실장, 오 총장과 모두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한 이사장은 1992~93년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재직할 때 당시 예산실에서 근무하던 변 실장의 상관이었고, 2000년 농림부 장관을 할 때 당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나와 있던 변 실장과 수시로 당정 협의를 통해 얼굴을 맞댔다.

한 이사장이 96년부터 4년간 한국 가스공사 사장으로 일할 당시 감독기관인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무역정책 실장이 오 총장이었다.

윤창희.강인식.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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