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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가닥 못잡고 사태 더 악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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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IAEA­미 강경조치 합의한듯/북한거부 “중국영향설” 관측 대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에 대한 북한의 사찰거부가 공식 확인되고 이에 따라 IAEA가 오는 21일 특별이사회를 소집키로 결정함으로써 가닥이 잡힐 듯하던 북한핵문제는 다시 지난 2월15일 북한의 핵사찰 수용 이전상황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북한핵문제는 단지 한달전의 상황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까지도 상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된 것이다. 그간 북한의 태도에 지칠대로 지친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인내가 한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북한핵문제는 어떻게 돼가는 것일까.
우선 IAEA가 사찰단이 귀국한지 불과 하루만에 특별이사회 소집을 전격 결정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찰단이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사찰활동이 방해받고 있다는 말들이 간간이 새어나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통상 2주정도의 시간여유를 두는 일반적인 보고절차를 감안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따라서 사찰결과를 사찰단이 빈으로 귀환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IAEA는 다음단계의 대북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이날 IAEA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북한에 대해 강경대응이 필요하다는데 합의하고,단지 이를 위한 절차로 특별이사회 소집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능하다.
16일 열렸던 비공식 이사회에서는 당초 북한과 합의한 사찰항목중 사찰이 거부된 항목이 무엇이며 이런 것들이 핵물질 군사목적 전용여부를 확인하는데 기술적으로 핵심적인 것들이라는 점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의 글로브 박스에 대한 시료채취가 거부당한 것이 사찰 실패를 규정하게 된 가장 핵심적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브 박스는 핵재처리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로 방사능 보호처리된 장갑모양의 장치를 통해 손을 넣어 핵재처리작업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장치다.
오는 21일 하루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특별이사회에서는 IAEA 관계자들의 전망처럼 북한의 핵사찰 거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담은 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치적 결의안」이란 북한의 핵안전협정 불이행 사항을 사무총장이 유엔안보리에 보고하라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사실상 북한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다. IAEA로서는 이제 더이상 어쩔 도리가 없으니 유엔안보리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안보리의 자동개입과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로 이어지는 북한핵 안전조치 계속성 파괴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점에 관해서는 북한에 추가로 사찰수용을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되 북한이 이를 거부할 경우 즉각적으로 안전조치 계속성 파괴를 선언하는 정도의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안전조치 계속성이 파괴됐다고 선언한 이후에는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경제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앞으로도 북한과의 접촉은 계속될 것이고,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협상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사찰을 받아들이는 등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한 지금까지 진행된 북미협상으로 외교적 해결노력은 충분히 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어서 다음 수순은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조치가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이 당초 합의를 깨고 사찰을 거부,상황을 악화시킨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추론이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최근 미중관계가 인권문제 등으로 냉각되는 분위기를 타고 중국이 북한 입장을 옹호하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북한에 대해 혈맹관계를 강조하고 김일성부자를 초청한 것으로 전해진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채찍쪽으로 기우는 북핵”/미정부 “북 약속 불이행” 강력대응 시사/21일까지 재사찰·특사교환 조짐 전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핵 사찰팀이 이번 사찰결과에 대해 부정적 성명을 내면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IAEA 특별이사회가 북한핵 문제를 유엔안보리로 넘기는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워싱턴의 시각이다.
미 국무부는 16일 IAEA가 이날 북한측의 방해로 인해 핵폐기물 재처리시설에 대한 샘플채취에 실패함에 따라 현재로서는 북한핵 물질이 무기로 전용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이같은 결과는 북한이 지난달 15일 IAEA에 약속한 사찰절차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또 IAEA 특별이사회가 이번 북한핵 사찰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작다고 언급,특별이사회가 강력한 대북한 결의안을 채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매커리 국무부 대변인은 특히 『IAEA 이사회가 그동안 북한핵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다시 넘길 가능성을 비쳐왔다』면서 『유엔안보리가 다음 행동의 장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미국이 취할 행동 수순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IAEA 특별이사회가 아직은 북한핵 문제를 유엔안보리로 넘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하고 북한이 IAEA 사찰팀을 다시 받아들여 북한핵 시설에 대한 재사찰을 받을 경우 현재의 부정적 판단을 뒤엎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워싱턴 소식통들은 적어도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한 현재의 사찰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정부측의 경화된 입장이라고 전하고 있다. 두가지 조건은 ▲북한이 IAEA의 재사찰을 받는 것 ▲남북한 특사교환 등에 합의하는 일이다. 첫번째 조건은 핵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두번째 조건은 북한에 대한 제재수순을 보류하는 정치적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중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소식통들은 또 이는 모두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 선결조건들이라고 전제하고,따라서 IAEA 특별이사회는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북한핵문제가 유엔으로 넘어가는 것이 사실상 예정된 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북한은 현재 IAEA의 재사찰이나 남북한 특사교환을 오는 21일 이전에 모두 받아들일 징조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CNN방송은 16일 북한핵 전문가의 말을 인용,북한이 핵재처리시설에 대한 샘플채취를 거부한 것은 이를 대미 정치적 협상의 교환대상으로 생각한 결과로 본다고 보도하고 이는 북한이 상황을 아주 잘못 판단한,커다란 착오라고 지적했다. 매커리 대변인은 『북한이 왜 IAEA에 약속한 사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으나 결과는 어쨌든 사찰실패로 나타난 것이 분명하다』고 실망을 표시,미국정부가 보다 강경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럴 경우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문제와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 등 보류되어 있는 문제들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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