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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직의 「직급」조정(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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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경찰·안기부 등 정부 특수조직의 직급이 일반기관의 그것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하향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행쇄위에서 제기되고 있다. 예를들면 같은 고시합격자라도 행정고시 합격자의 경우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되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려면 12년 이상이 걸리는데 비해,사법시험 합격자의 경우는 사법연수원 2년을 마치고 검사로 임용되면 보수수준으로 볼때는 두 직급이나 높은 부이사관급으로 출발하는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과거 정통성이 없는 정권들이 정권유지를 위해 이른바 권력기관인 이들 조직을 필요 이상으로 비대하게 만든 결과라는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가지 각도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는 확실히 현행 특수 정부조직들의 체계와 보수수준·예우 등에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즉 업무의 성격 및 중요성·노동강도 등에 비추어볼 때 필요이상으로 일률적으로 인플레되어 있어 하향조정돼야 할 부분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둘째로는 그렇다고 해서 검찰·경찰·안기부·군과 같은 특수조직의 체계나 보수수준을 오직 일반직을 기준으로 해서 재려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다. 이들 조직들은 그 업무성격을 일반직과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특정직으로 분류되어 있고,직급과 보수도 그에 따라 별도로 책정되어 있다. 교육공무원이 일반공무원과 별도의 직급·보수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특정직 공무원들의 보수가 업무의 종류에 관계없이 왜 그렇게 일률적으로 높으냐,혹은 특수성을 감안한다해도 일반직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게 아니냐는 지적은 할 수 있으나 왜 직급이 그렇게 높으냐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직급은 일반직과 특정직이 서로 체계와 명칭이 다른 것이어서 맞바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보수수준을 일반직의 직급으로 환산해 비교,예우를 하는데서 비롯된다. 특정직의 보수를 일반직의 그것에 대입해 보면 1,2급씩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일반직을 기준으로 해서 책정한다면 굳이 특정직이라는 분류를 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봉급을 직급으로 환산해 비교,예우하려는 태도가 원천적으로 잘못이다. 직급은 직급이고,봉급은 봉급인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직 공무원,혹은 일반 국민들이 현행 특정직의 직급체계가 불합리하다고 느끼게 되는데는 특정직 공무원들의 자세와 정부의 출장비·예우규정 등에 그 원인이 있다. 특정직 공무원들이 스스로가 자신들의 봉급을 일반직 직급으로 환산해 대접받으려 들고,그것이 용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이다. 봉급이 높다해서 직급이 높아지는건 아니다. 직책의 전문성을 인정하고,또 스스로도 그것을 자각하는 자세가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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