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이언맨' 출전한 80세 김홍규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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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아이언맨대회에 참가한 철인들이 첫 관문인 3.8㎞ 수영을 하기 위해 중문해수욕장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서귀포=연합뉴스]

"이건 마약이야. 아편보다 더해."

26일 제주도에서 열린 SC제일은행 국제아이언맨 대회(총상금 20만 달러)에 참가한 김홍규(80) 옹은 철인3종 경기를 마약에 비유했다.

제주아이언맨 대회는 매년 한국에서 열리는 철인3종 국제대회로 수영 3.8㎞, 사이클 180㎞에 42.195㎞의 마라톤까지 완주하는 '아이언맨 코스' 대회다. 김옹은 2002년 속초에서 열린 제1회 대회부터 이번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75세였던 2002년 대회 때 16시간21분 만에 코스를 완주해 17시간 이내 완주자에게만 주어지는 '철인(ironman)' 칭호를 받았고, 지금까지 116차례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사이클을 타고 있는 김홍규 옹. [서귀포=연합뉴스]

1m65cm.58㎏의 탄탄한 체격에 가는귀조차 먹지 않은 김옹은 지난해 생체연령을 측정해 봤다. 그 결과 골밀도는 30대, 심폐기능은 40대, 순발력은 50대로 나타났다. "철인3종 경기를 치르면 내 몸에 기운이 하나도 남지 않아. 하지만 쉬면서 먹고 나면 훨씬 강해진 몸을 느낄 수 있지."

80 노인이지만 청년 못지않은 체력을 바탕으로 아직도 서울 장안동에서 중고 자동차 매매업을 하고 있다. 젊었을 때 복싱 선수를 했던 김옹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환갑이 넘어서도 조기축구회에서 뛰다 "그 정도 체력이면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64세이던 1991년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문영용(48)씨는 철인3종 경기를 통해 위암을 이겨낸 사연을 갖고 있다. 문씨는 30대 초반이던 90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설상가상으로 위암까지 찾아왔다. 병원에서도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문씨는 수술 대신 '달리기'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10m를 '이동'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죽기 살기로 뛰었다. 차츰 몸이 가벼워지더니 정상을 되찾아 갔다. 수영과 사이클까지 섭렵하면서 2002년부터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위암이 완치됐다는 기적을 접했다. 문씨는 현재 10시간7분의 기록을 보유한 아마추어 최강자다.

12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에선 섭씨 32도의 폭염 속에서 레이너드 티싱크(34.남아공)가 9시간8분5초로 우승했으며, 한국의 박병훈(36.대구시청) 선수가 9시간15분14초로 2위를 차지했다.

서귀포=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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