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투캅스' 뺨치는 … 마약 투약 돈 받고 묵인 … 노름꾼 상대 고리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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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이 막가고 있다. 마약사범에게서 돈을 받고 도박을 눈감아 주는가 하면 피의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법원은 이런 불법을 저지른 경찰관에게 잇따라 유죄 판결을 내렸다.

◆마약 사범에게서 돈 받고=경남 창원 서부경찰서 강력팀에서 근무하던 이모(51) 경위는 상습 마약 투약자인 김모씨의 투약 사실을 묵인해 줬다. 대신 김씨로부터 마약 사범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 경위는 2004년 말부터 2005년 4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김씨로부터 용돈 명목으로 36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 경위는 김씨의 동료 정모씨가 2005년 5월 구속기소되자 "정씨의 제보로 마약 투약자를 붙잡은 적이 있다"는 내용의 거짓 공문서를 법원에 보내기도 했다. 그 대가로 김씨에게서 100만원을 더 받기도 했다. 이 경위는 유흥주점 업주가 운영하는 도박장에 도박 자금을 대다 검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3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도박판 운영자에게 맡기고 도박꾼들에게 고리로 돈놀이를 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이 경위에게 징역 8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6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마약 투여자에게서 받은 돈은 개인적 친분에서 주는 의례적인 돈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유죄 이유를 밝혔다.

◆불법 해킹 들통 나자 허위 진술 강요=서울경찰청 보안부 소속 김모(41) 경장과 안모(41) 경사는 2005년 7월 의료기기.화장품 불법 수입 기획 수사를 하던 중 W상사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은 W사가 경쟁업체인 H사의 웹하드(정보통신 업체가 유료로 제공하는 정보 저장 공간)에서 불법으로 내려받기 한 자료를 넘겨받았다.

또 H사의 웹하드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게 됐다. 이들은 무단으로 H사의 정보를 열람했다. H사는 이 사실을 알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진정을 했다.

그러나 김 경장과 안 경사는 W사의 직원에게 "당신이 불법 접속을 한 것이라고 경찰에 얘기하라"며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벌금만 받아도 옷을 벗는다. '지원사격'을 해 줄 테니 혼자 책임지는 게 좋겠다"고 압박했다.

또 이들의 상사인 김모(48) 경위는 "W사 직원이 경찰 진정사건 조사에서 약속과 다르게 진술할 수 있으니 잘 대비하라"고 김 경장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W사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이들이 시킨 대로 거짓말을 했다가 검찰의 추궁 끝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경위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나머지 두 경찰관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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