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위해선 몸 사리지 않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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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15면

경선 열기가 최고조로 치닫던 8월 초 이명박 후보 홈페이지(www.mbplaza.net)에 ‘이명박 X파일 최측근 대폭로’란 동영상이 올랐다. “나는 이명박의 숨겨진 여자였다”로 시작되는 이 동영상 인터뷰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만에 4만여 명이 이 동영상을 열어봤다. 잠깐의 음성 변조 뒤 ‘최측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였다.

가식 없어 호소력 큰 부인 김윤옥씨...이명박 기 살리는 내조의 힘

김씨는 이 후보의 초고속 출세 덕분에 29세에 현대건설 사장 부인이 돼 “이명박이 젊은 세컨드와 산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됐다는 비화를 소개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김씨는 “지금도 (이 후보는) 좀 동안인 편이지만 그때 얼굴이 좀 동글한 게 앳되 보이고 귀엽게 생겼더라” “이 후보가 생일마다 장미꽃다발을 보내주지만 난 현찰을 주면 어떠냐고 했는데 한 번도 못 받아봤다”는 등의 이야기로 네티즌들이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었다.

경선을 준비하면서 김씨의 내조는 편지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1월 이 후보는 태국 방문 계획이 잡혀 있었다. 민간기구와 태국 정부의 초청이었다. 캠프에선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지방 한 곳이라도 더 다녀야 할 때라는 필요성도 있었고, 신변안전도 신경 쓰이던 때였다. 이 후보가 이미 외국 정부와 약속된 일이라며 계획을 접지 않자 캠프 인사가 김씨에게 사정을 귀띔했다. 김씨는 그날 밤 편지를 썼다. 편지지 가득 이 후보에 대한 칭찬과 자부심을 담고 나서 끝부분에 가서 태국에 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다음날 아침 편지를 들고 간 이 후보는 태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요즘도 김씨의 화장대 위엔 한 달에 한두 번 이 후보에게 보내는 편지나 기도문이 놓인다. 그는 ‘가정 내 야당’이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아무도 못하는 싫은 소리를 이 후보에게 한다고 해서다. 정작 자신은 “3분의 2는 여당하고, 3분의 1만 야당하겠다”며 “남편한테 무조건 반대해서 야당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다. 평소엔 남편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공식 행사 외엔 서울시청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집안일을 잘하는 것이 남편을 돕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해왔다. 복원된 청계천을 거닐다 이 후보에게 사람들이 몰리면 손녀와 함께 먼저 와버리곤 했다. 그는 “부인이 나설 때가 아니라면 구태여 나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선거일정이 잡히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 때도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전철역과 재래시장 곳곳을 누볐다. 이번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행인원 2명과 함께 조용히 전국을 돌았다. 대신 합동연설회장에선 지지자들과 함께 섞여 두 팔을 들고 목이 쉬도록 “이명박” “이명박”을 연호했다. 남동생 김재정씨가 남편의 재산관리인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중앙SUNDAY와의 인터뷰를 통해 눈물로 동생과 남편의 결백을 호소했다.

김씨는 가식 없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든다는 평을 들었다. “살이 빠져야 하는데, 잘 자고 잘 먹고 해서 선거판에서 살이 많이 쪘다”는 고백이 그랬다.
김씨는 “나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항상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 후보가 발표된 20일도 그랬다. 그는 오후 3시가 넘어 전당대회장으로 향했다. 남편이 후보로 확정되면 박수칠 생각이었다. 선거인단 표가 예상에 못 미치자 캠프인사들은 사색이 돼 있었다. 그는 박빙으로라도 이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김씨는 승리의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근소한 차이로 이기니까 반성할 기회도 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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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씨는…

김씨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수창초등학교-대구여중-대구여고를 마쳤고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나왔다. 3녀1남이 다 성장한 뒤 이대·연세대·숙명여대의 여성지도자과정을 마쳤다.
청량리의 밥퍼나눔운동본부와 영등포의 보현의 집 등에서 노숙자를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전재희 의원이 대구여고 2년 후배다. 최근 캠프에 합류한 전여옥 의원과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90년대 후반 이 후보와 함께 미국에 머물렀던 홍준표 의원 부부와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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