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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 눈에 도심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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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폭설 속에 가는 고향길은 멀고 멀었다. 20일 밤 한 귀성객이 눈을 맞으며 차창을 닦고 있다.[궁내동=김상선 기자]

20일 오후 서울시 전체는 마치 스키장처럼 변했다. 불과 2㎝ 넘게 쏟아진 눈으로 차량들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시민들은 "고향 집보다 서울 집부터 먼저 가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온 데 간 데 없는 제설차량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설날을 맞아 고향 가는 길은 시작부터 혼란스러웠다. 고속도로도 빙판길로 변해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요 고속도로마다 몰려든 차량 때문에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 도심을 출발해 대전까지 평소보다 세배가 넘는 10시간이 걸렸다.

◇교통지옥으로 변한 서울="신당동에서 개포동까지 차를 몰고 오는 데 평소보다 세배 넘는 3시간 걸렸다. 스노 타이어를 갈아끼우는 차량 등으로 도로가 수라장으로 변했다."(서울 개포동 주부 정현아씨)

회사원 金모씨도 서울 서소문에서 마포 공덕동까지 승용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한시간 넘게 가야 했다.

이들의 불만은 모두 제설차량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金씨는 "마포대교 주변에만 살짝 염화칼슘을 뿌려놨을 뿐 대부분 도로에서 눈이 전혀 치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역 주변 언덕길에는 오후 9시쯤부터 차량들이 미끄러지면서 곳곳에서 차량이 뒤엉켰다. 시내 구청에는 "빨리 제설작업을 해 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서울시 제설대책본부 측은 "이날 서울시내에 눈이 내리기 직전인 오후 6시40분쯤 제설차량 96대를 투입했다"며 "차량정체 때문에 제대로 제설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악의 귀성길=한남대교부터 경부고속도로 입구인 서울요금소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차량들이 사실상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서도 양재부터 죽암까지 1백28km 구간에서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을 했다. 중부고속도로 역시 대부분 구간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국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수원을 거쳐 오산으로 향하는 1번 국도 역시 극심한 정체현상이 나타났다. 고속도로 정체를 피해 국도로 차량들이 몰린 탓이었다.

도로공사 측은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도로가 빙판길로 변해 21일 오전 8~10시쯤에는 귀성전쟁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은진.임미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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