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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오른 일본 관료제-美.日무역마찰 단골메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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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의 訪日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남으로써 지난달 11일 美日정상회담 결렬후 교착상태에 빠진 양국간 무역문제가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됐다.미국측은 이같이 양국무역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日本 관료집단이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일본의 관료체제가 양국간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측 요구에 대해완강한 입장을 보여온 일본 관료들의 경직성과 보수성을 공격해 왔다.특히 이번의 美日무역 분쟁에서도 일본관료들이 수치목표 설정이나 減稅등 미국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완강히 저항하는 모습을보이고 있어 미국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현재 일본의 12개 중앙부서는 1만7백17가지 인.허가권을갖고 재계를 규제하고 있다.각 부처는 이같은 규제와 함께 자국기업들이 외국에 나가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정보수집.행정편의 등을 제공하고 있다.더욱이 관료들은 주로 농업.건설.유통등 부문에서 일본기업들을 집중지원,외국기업들의 신규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관료들은 경제분야에 대한 통제를 풀 경우 기업들의 연쇄적 도산과 주가폭락등 커다란 경제혼란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며관료체제에 대한 자기변호를 하고 나서 일본정치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료집단의 보수성에 대한 비판은 일본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일본총리는 구마모토(熊本)縣 지사시절,『버스정류장을 10m 옮기는데도 東京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중앙관료 들의 지나친 간섭을 비난하기도 했다.
집권전 관료체제의 개혁을 주장하고 나선 호소카와 총리는 그러나 허약한 정치적 입지 때문에 아직껏 뚜렷한 개혁안을 내놓지 못한채 신경전만을 펼치고 있다.오히려 일본관료집단은 지난해 7월 自民黨이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세력이 전보다 강해졌다.
자민당 집권 당시에도 강한 결속력을 과시했던 관료집단은 정치기반이 취약한 8개정당 연립정권이 들어서자 더욱 기세등등해진 것이다.지난해 12월 총리 경제자문위원회가 사회간접시설 재원확충을 위해 증세 대신 적자국채발행을 건의했다가 大 藏省의 반발로 백지화된 사건은 관료들의 강해진 입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계기로 관료집단을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계.정계.학계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어 일본의 관료체제는 포위공격에 직면해 있다.특히 정부의 강력한 경제통제의 최대 수혜자였던 대기업들 마저 이제는 관료들의 지나친 간섭이 경제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나섰다. 관료집단이 당장은 연립정권 내부의 혼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국내외의 압력을 견뎌낼지는 미지수이며 행정규제가 일본경제를 옥죄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한 국내 여론으로 미뤄 상당부분 과거의 지배력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보 인다. 〈李碩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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