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대표 公募' 해놓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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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시가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를 공개 모집하면서 지원하지도 않은 연극인 유인촌(53.중앙대 연극학과 교수)씨를 전격 선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유씨는 1984년 이명박(李明博) 현 서울시장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李시장과 인연을 맺어 오다 2002년 6월에는 당시 李시장 당선자의 시장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李시장과 친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열린 서울문화재단 이사회에서 공개모집에 응한 李모씨 등 4명을 제치고 유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다음달 10일 출범할 예정인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가 올해 5백억원을 출연하는 등 앞으로 3년간 3천억원의 기금을 모아 문화.예술 창작 활동 지원과 교육.연구 사업을 맡게 된다.

서울시는 당초 재단 대표이사를 공개 모집키로 하고 지난해 10월 문화계 인사 4명으로부터 지원서를 받았으나 유씨는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특히 유씨는 지난해 11월 재단 대표이사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단 직원 공채 시험 면접관으로도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를 대표이사로 뽑은 이사회는 서울시 문화국장.경영기획실장, 시의회 의원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임재오 문화국장은 "경영 마인드를 갖추고 문화계에 오래 몸담은 전문가를 뽑으려다 보니 지원자 4명 중 1명만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며 "이 때문에 재단 설립 초기부터 적극 도와준 유씨도 적임자라고 판단돼 이사회에 추천한 것으로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화계에서는 "지원자 가운데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다시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는 게 옳았다"며 "서울시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정실인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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