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두 종목의 특성과 관계 있다. 1500m를 목표로 지구력 훈련을 해 온 선수들은 400m에도 쉽게 적응한다. 멜버른 대회 400m 우승과 200m 3위에 오른 박태환처럼 스피드를 겸비했다면 얼마든지 정상을 넘볼 수 있다. 10년간 장거리 황제로 군림해 온 그랜트 해켓(호주)을 비롯, 라슨 젠슨(미국), 데이비드 데이비스(영국),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 마테우츠 사브리모비츠(폴란드) 등 박태환의 경쟁자도 모두 1500m를 기반으로 삼고 400m에 도전하고 있다.
22일 열린 일본 지바 국제수영대회(프레올림픽) 배영 100m 결승에서 참가 선수들이 스타트 신호와 함께 힘차게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나라시노(일본) 로이터=연합뉴스]
1500m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평소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해 내야 한다. 장거리에 적합한 체력과 지구력을 기르고 일정한 구간 스피드와 피치수를 반복 훈련으로 몸에 익혀야 한다. 400m는 타고난 스피드와 경기 운영 능력이 있다면 '벼락치기' 훈련이 가능한 종목이다. 절대 훈련량이 부족했던 박태환이 세계선수권 400m에서 우승했지만 1500m에선 예선 탈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1500m에서 박태환은 예선 없이 상위 기록 7명과 레이스를 펼친다. 터줏대감 해켓과 멜버른 대회 이 종목 우승자 사브리모비츠, 3위에 올랐던 데이비스 등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한편 최혜라(16.서울체고)는 22일 하루에만 여자 접영 200m에서 두 차례나 한국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오전 예선에서 2분9초49로 한국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오후 결승에서도 이를 0.03초 단축한 2분9초46의 한국신기록으로 골인했다. 그러나 최하위인 8위에 그쳤다.
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