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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상봉장 찾은 레나테 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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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2일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左)를 방문한 레나테 홍 할머니(右)가 "그동안 남편 홍옥근씨와의 상봉을 돕기 위해 독일적십자사에 편지를 써 주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 총재는 "할머니의 사연을 들어보니 참 감동적"이라며 "아무쪼록 좋은 결실을 보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저도 분단가족으로서 두 분이 찾는 북한의 가족을 꼭 만나셨으면 합니다." "레나테 할머니와 두 아드님도 북한의 남편 홍옥근씨를 꼭 만나게 되기를 빕니다." 22일 서울 남산자락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의 화상 상봉장. 46년간 수절한 채 북한으로 떠난 남편 홍옥근(73)씨를 기다려 온 레나테 홍(70)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레나테 홍 할머니(右)가 남편 홍옥근씨, 큰 아들 현철 페터와 함께 (1961년 3월) 찍은 첫 가족사진.

서울 나들이 첫날 그는 대한적십자사에서 한국의 이산가족과 만났다. 이곳에서 레나테 할머니는 노혁래(66).은정(75) 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남매는 6.25 때 헤어진 후 북에 살고 있을 집안의 장남 노은재(80)씨와의 화상 상봉을 신청하기 위해 적십자사를 찾았다. 레나테 할머니는 "나도 46년 전 헤어진 남편과의 상봉을 위해 한국을 찾게 됐다"며 "가족을 만나는 날까지 용기를 내시라"며 두 남매의 손을 맞잡았다. 두 남매 역시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할머니 사연을 잘 알고 있다"며 "46년간 수절한 채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온 데 대해 우리 모두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레나테 할머니는 "독일 적십자사에 도움을 요청한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이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한 총재는 "할머니를 만나 직접 사연을 들어 보니 참 감동적이다"며 "아무쪼록 좋은 결실을 맺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할머니와 홍옥근씨의 직접 상봉이 어려울 경우 북한과 독일 적십자사가 양해를 한다면 화상 상봉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레나테 할머니는 서울 한옥마을을 둘러본 후 감회에 젖었다. 그는 전통한옥 가옥에 있는 주방을 둘러보며 "결혼한 후 남편 홍옥근이 이런 오래된 한국의 부엌 세간에 대해 얘기해 주던 시절이 또렷하게 떠올라 감정이 북받친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레나테 홍 할머니 사연을 처음 보도한 중앙일보 2006년 11월 14일자 1면.

레나테 할머니의 첫 나들이에 국내외 보도진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AFP.dpa.로이터 등 유력 통신사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가 23일로 예정된 할머니의 내외신 기자회견에 앞서 잇따라 인터뷰를 신청했다.

할머니는 기자들과의 즉석 인터뷰에서 "북한으로 떠난 남편을 원망하거나 미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 사람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상황 때문에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남편과는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이었지만 훌륭하게 어른으로 성장한 두 아들이 삶의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 가족의 상봉은 인간적인 만남으로, 절대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을 북한 당국에 전하고 싶다"면서 "남편을 만나게 되면 우리 두 사람의 지나온 세월과 아들을 어떻게 키웠는지를 얘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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