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잇단 표절시비 인기상승 마지막승부 또 베끼기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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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가요의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지난해 신승훈의『처음 그느낌처럼』등 18곡이 공륜으로부터 표절판정을 받은데 이어 현재인기절정인『마지막 승부』가 지난달 21일 다시 표절 판정을 받았다. 공륜에 따르면『마지막 승부』(신훈철 작곡)는 일본가수 데라다 게이코가 부른『패러다이스 윈드』와 무려 10소절이나 멜러디.리듬이 흡사하다는 것.
『패러다이스 윈드』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때 일본 NHK가 이미지 송으로 사용,인기순위 10위권에 진입했던 히트곡이다. 이처럼 가요의 표절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표절에 대한 규제가 음반업자나 작곡가들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기 때문.
현재 가요표절에 대한 규제는 공륜이 표절로 판정된 곡은 소속음반사에 이를 통보하고 유통되는 음반을 수거하도록 지시한다.만약 음반사가 이를 거부하면 경찰에 불법음반으로 고발,유통음반이강제수거되고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대개 가요의 표절 사실이 알려지는 시점은 히트중이거나히트한 이후여서 음반사로서는 음반판매에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마지막 승부』의 표절판정이 난 시점도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의 종영으로 주 제곡의 인기도 주춤할 때였으며 음반판매량이 이미 40만장에 육박할 때였다.
또 공륜의 수거명령을 받은 음반사가 도매상에 반납을 요청해도도매상에서는 반납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동숭동의 한 레코드 가게 주인 K모씨는『한창 잘 팔리는 음반을 자진 반납하라면 몇명이나 반납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공륜이 일단 표절판정을 내린 곡에 대해 개작을 하면 다시 재심의를 해서 통과시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륜에서 표절판정을 받은 곡은 주로 작곡부분인데 제목과 가사는 그대로 두고 표절한 부분만 개작하면 재심에서 통과되는 것이보통이다.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게 표절한 부분을 개작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원래의 표 절곡과 별로 다를것이 없다는 것이 가요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표절이 만연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표절 작곡가가 아무런 불이익도 당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드라마『질투』의 주제곡으로 표절판정을 받은 최모씨는 이후에도『여명의 눈동자』『걸어서 하늘까지』의 주제곡을 만들었고,이 두곡 역시 표절판정을 받았다.
음반사가 표절곡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음반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현실적으로 발매전에 표절여부를 가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요관계자들은『표절을 줄여나가는 현실적인 방법은 표절당사자인 작곡자에 대해 사회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면서『그러나 억울한 희생자가 없게 하기 위해서는 고의적인 표절여부를 가려내는 세부적인 규정을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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