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영상 사진변형 자유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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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1세기에도 사진이 법정에서 증거물로 채택될 수 있을까.
정답은 컴퓨터가 합성해낸 사진들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 명확해진다. 사실의 전달자로 알려진 사진의 역할에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지는 것이다.
1백50년전 사진기의 발명이 화가들의 화폭에서 사실주의기법을밀어냈듯이 현대과학의 총아로 떠오른 컴퓨터는 사진을 사실의 보존에서 예술의 한 장르로 국한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사진조작은 원래 필름의 역상을 떠서 오리고 붙여 만들어내는 단순한 손작업이며 조작자의 손재주가 중요한 변수였다.1920년 레닌의 군중연설에서 당시 政敵이었던 트로츠키의 모습을일부러 빼낸 것이나 82년 내셔널지오그래픽誌가 표지사진에 실린피라미드사이의 거리를 보기좋게 하기위해 조작한 것은 역사적으로밝혀진 사진날조의 대표적인 예.
그러나 이같이 사람손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진조작은 윤곽선이나색상.그림자의 방향등에서 어색함이 나타나 사진에 조금만 관심이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영화『주라기공원』과 같이 생생한 영상을 가능케하는 컴퓨터그래픽합성사진은 어쩌면 영원히 眞僞판정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게 美MIT大 윌리엄 미첼교수(건축설계)의 설명이다.
사진기와 컴퓨터는 영상을 얻는 원리부터 다르다.사진기가 은으로 코팅된 필름에 빛을 감광시켜 인화지에 떠내는 화학적 작업원리를 이용하는데 비해 컴퓨터는 畵素라 불리는 스크린위의 작은 점을 단위로 이를 조합해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전자식이다.
디지틀영상처리기법이라 불리는 이러한 사진조작술은 컴퓨터그래픽분야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값비싼 미술품을 컴퓨터로 미리 기억해 보관해 둔다면 복제그림판별은 1초도 안돼 이루어진다.
아무리 정교한 복제그림이라도 점 하나하나의 형태는 물론 수백만가지의 미묘한 색상변화까지 컴퓨터가 감지해내기 때문이다.
이미 물체의 형태와 빛의 방향만 입력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적절한 그림자를 그려낼 정도로 컴퓨터그래픽용 소프트웨어가 발전돼있는 상태.문제는 일반문자용 텍스트모드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위한 그래픽용 모드로 전환될때 생기는 막대한 정보량 을 어떻게 하드웨어가 빠르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실제 상업용으로 쓰이는 애니메이션영상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그러나 지금처럼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디지틀방식 고화질TV에 의한 영상기술이 보편화된다면 PC만으로도 원하는 사진을 마음껏 그려낼 수 있는 날이 머 지않았다는 것이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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