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심 앞선 박근혜 껴안기' 구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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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대선 후보가 돼 당 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 후보는 "정권 교체를 해서 국민이 바라는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통합하는 양대 시대정신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슈 추적 한나라당의 정치적 뿌리는 대구.경북(TK)이다. TK지역의 당심(黨心)이 부산.경남과 수도권, 충청권으로 흐르는 구조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대구를 찾았다. 그러곤 "대구는 내 정치적 고향"이라고 외쳤다. 그런 TK의 바닥 민심이 이번 한나라당 경선전에선 박근혜 후보에게 몰렸다. 박 후보는 대구에서 더블 스코어 이상의 차이로 이명박 후보를 압도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창당 이래 TK에서 지고도 경선을 이긴 최초 사례다.

이 후보 캠프에선 "경선 결과를 보면 당 주류와 영남에 대한 박 후보의 막강한 영향력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선이 끝났지만 연말 대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여전히 박 후보"라는 주장이 많다.

이 때문에 캠프에선 이 후보가 하루빨리 박 후보를 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실제로 이 후보는 경선 전 막판에 "경선이 끝나면 박 후보를 제일 먼저 만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식 권력 분점을 검토해야 한다는 극단적 처방전까지 나돈다. 실질적 권한이 있는 선대위원장 제의와 함께 차기 정부에서의 중요 역할도 거론된다.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박 후보에겐 당 선대위원장뿐 아니라 그보다 큰 자리도 뭐든지 다 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책상엔 "박근혜 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탕평 인사가 필요하다"는 건의서가 수북하게 쌓였다. 당직 개편 때 박 후보 측 인사를 대폭 임명하자는 주장이다. 당장 다음주 초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돼 있다. 박 후보 측 핵심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박 후보에 대한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참모들의 건의처럼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는 21일 측근 의원들에게 "박 후보에 대한 의례적 자리 제안은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 (박 후보가) 생각하고, 휴식할 시간이 지나면 필요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캠프 내엔 강경 목소리도 있다. 박 후보 측 의원들을 압박하자는 주장이다.

캠프의 한 핵심의원은 "탕평 인사보다 범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외부에 적을 만들면 내부 갈등을 봉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좌파정권 종식과 경제 살리기에 이 후보가 적임자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박 후보 측 인사들은 그런 일에 필요할 때 참여시키자"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가뭄 때는 자기 논에 물 한 방울이라도 대려고 이웃과 싸우지만, 비가 오고 나면 싸움은 자동으로 끝난다(박희태 선대위원장)"는 주장이 나온다. 내부 분열은 시간이 흐르면 어차피 잦아들 것이란 전망에서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이 후보가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외연 확대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중심당 및 민주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시민사회단체와의 네트워크도 강화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덧셈의 정치'를 강조했다.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모든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외부 수혈이 따르는 일이다. 국민적 대통합의 이미지를 만들자면 한나라당의 보수 색을 빼낼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 후보에겐 두 마리의 토끼가 모두 필요한 것 같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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