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자질 평가] 이명박 후보 집중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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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1일 서울 혜화동 성당 주교관을 방문해 김수환 추기경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김 추기경과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이용규 한기총 대표회장 등 종교계 인사들을 예방했다.[사진=강정현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1일 대선 주자로서의 첫 행보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경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범여권 대선 주자의 지지율이 대부분 5%를 밑도는 데 비해 압도적이다. 하지만 '1등 후보'가 곧 '1등 대통령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권자들이 등수에 상관없이 후보들의 자질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일보는 이미 한국의회발전연구회와 손 잡고 대선 주자들의 자질을 평가한 바 있다. 7개 부문, 49개 문항의 설문지에 주자들이 직접 답한 내용을 종합 분석한 것이다. <본지 8월 6~8일자> 하지만 당시에는 14명의 주자를 모두 다루느라 이 후보의 답변을 충분히 소개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경선 종료에 맞춰 이 답변을 상세히 풀어 쓴다.

품성-"다른 사람 감정 파악에 능숙"=이 후보는 설문지 중 감성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경험한다"(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평가를 받았다. '각각의 기분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느냐'는 질문(1~10점 중 선택)에 '즐거움'은 10점이라고 쓴 반면 '화' '우울' '걱정' 등에는 최하점인 1점을 줬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기분 전환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는 질문에도 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이 후보는 답변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세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늘 명확히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역시 10점 만점 중 8점이라고 썼다. 이어 '표정이나 목소리만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아는 데 능숙한가'라는 질문에도 7점을 매겼다.

국가관-"신 발전국가론 제시"=이 후보는 자신이 만드려는 국가의 모습으로 '신 발전국가'를 제시했다. '국가 발전 양태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서 6개의 보기를 모두 피해 기타란에 직접 적어 넣은 게 신 발전국가론이었다. 이 이론은 경제발전에서 국가와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국가관으로 지도자에게는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개발주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사회학자 출신인 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신 발전국가는 정부가 '권위를 갖춘 효율적 시장 조정자'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과거 권위주의적 국가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후보는 설문지에서 "현재 18부 4처인 정부 편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거대 정부를 통한 관치가 아님을 강조했다.

역사관-"역대 대통령 단점은 답변 거부"=설문을 통해 이 후보의 역사관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꼭 다뤄야 할 현대사의 다섯 가지 주제를 우선순위로 꼽아달라'는 주관식 질문에 대해 "①건국과 이승만 대통령 ②한국전쟁 ③한.미 동맹 ④경제성장 ⑤민주화"라고 답했다. 앞 순위 세 개가 한국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역대 대통령의 장점을 써달라"는 문항에는 상세히 답변했지만 단점을 써달라고 하자 답변을 거부했다.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이 거론되는 일부 정권에 대해서 비판을 거부한 것이다.

외교관-"남북한, 한.미 관계는 모두 중요"=이 후보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에 얼마씩의 외교력을 쏟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미국 50%, 중국 20%, 일본 20%, 러시아 10%"라는 답을 내놨다. 외교력의 절반을 미국에 쏟겠다는 뜻으로 다른 대선 주자들과는 차이가 컸다. 이 후보는 또 '대통령이 된다면 향후 5년간 가장 중요한 역사적 이슈는 무엇일까'라는 주관식 질문에 "남북관계 변화와 통일"이라는 답을 했다.

종합해 보면 미국에 외교력을 집중하면서도 북한과의 갈등을 풀어나가겠다는 목표를 말한 것이다. 자칫 산만한 외교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후보에게 외교 문제를 자문해 온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현인택 교수는 "이 후보의 이런 생각은 실리를 중시하는 창조적 외교관"이라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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