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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논술의 힘] 루소의 『사회계약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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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프랑스혁명의 이론적 기반이 됐으며 민주주의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국민투표에 의한 직접민주주의 방식과 주권재민, 그리고 의회제와 같은 근대 민주주의 정치 원리가 이 책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지방자치제를 통한 참여 민주주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계약’을 통한 ‘일반의지’의 실현이라는 루소의 제안은 국민의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할 수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주민소환제의 의의를 『사회계약론』으로 검토해보자.

 『사회계약론』은 사회가 개인과 집단 간의 계약을 통해 성립되었다고 본다. 개인은 자연 상태의 대립을 막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공동체에 양도한다. 국가는 양도받은 공동의 힘을 통해 구성원 각자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한다. 사회계약설 아래 왕권신수설에 기반을 둔 절대주의는 부정되고,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속하게 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근원은 인민의 ‘일반의지’에 있다. 일반의지는 인민 전원의 찬성이라는 만장일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 투표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만, 다수결의 정당성은 투표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구성원 전체의 일반의지에 의해서만 인정된다. 따라서 국가를 구성하는 법률은 일반의지의 표현이어야 하고, 정부는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정부의 통치가 일반의지에 반할 경우, 국민은 언제든 의회를 소집해 행정가를 소환할 수 있다. 루소에 따르면 정부는 주권자인 인민의 권리를 대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인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국민은 원할 때 행정가에 대한 임명과 퇴임’을 결의할 수 있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정부의 행정이 지역주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지역 행정가의 소환을 통해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주민소환제는 민주적인 방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에 의한 행정가의 소환은 일반의지에 합치될 때에만 정당성을 지닐 수 있다. 주민소환제 역시 지역주민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일반의지를 대변한다고 판단될 때에만 민주적인 실천이 될 수 있다. 최근의 사례처럼 혐오시설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행해진 주민소환은 지역이기주의적인 발상으로 사회 전체의 일반의지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루소가 무엇보다 경계했던 것이 지역이기주의다. 루소는 당파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는데, 사회 전체의 의견이 당파 수만큼 제한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국가의 정책이 몇 개 당파의 이익에 좌우된다면, 국민 전체의 합의에 기반을 둔 일반의지의 보편성은 훼손될 것이다.  

조동기 (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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