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물갈이' 급류 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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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창당 4주년 기념식에서 선친인 조병옥 박사와 대구의 연(緣)을 강조하며 대구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저는 17대 총선에서 오랜 선거구인 서울 강북을을 떠나 대구광역시에서 출마할 것을 선언합니다."

19일 오후 2시10분 민주당 창당 4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당사 지하 대강당. 조순형 대표가 대구 출마를 전격 선언하자 3백여 참석자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터뜨렸다.

趙대표는 목소리를 파르르 떨며 "외로운 결단이었다. 결심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당 중진들에게 자기희생과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면서 저만 예외일 수는 없었다"고 할 때는 두 번이나 울먹였다. 당원들이 "조순형"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趙대표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저의 선친인 조병옥 박사가 1954년 대구을에서 당선했고 6.25 때는 내무부 장관으로 대구 사수에 앞장선 바 있다"며 "선친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출전해 반드시 승리해 돌아오겠다"고 외쳤다.

행사 30분 전에 배포된 趙대표의 당초 연설문에는 이 선언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측근은 "아침에 '시험대 오른 조순형 지도력'이란 제목의 중앙일보 4면 기사를 읽더니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趙대표는 오전 혼자 연설문을 다듬었고, 행사장에 들어가기 직전에서야 지도부에 전격 통보했다. 趙대표는 선친이 출마했던 대구 중구나 서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크게 환영했다. 추미애.강운태 의원 등은 趙대표의 선언에 눈물을 흘렸다. 장성민 청년위원장도 "이제서야 감동의 정치가 시작됐다"며 반겼다. 趙대표의 연설 직후엔 김경재(전남 순천)상임중앙위원이 마이크를 잡고 "나도 순천발 서울행 열차에 올라타겠다"며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장재식 상임중앙위원과 장성원 정책위의장도 단상에 올라 17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趙대표는 내친 김에 20일 대구에서 긴급 상임중앙위원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관심은 趙대표의 '사즉생 선언'으로 당내 물갈이론이 본격화될 수 있을지에 쏠렸다. 하지만 용퇴와 물갈이론의 대상인 호남 중진 의원들은 여전히 완강한 모습이었다.

정균환 의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부안 핵폐기장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기 위해 출마해 전국 최다 득표율로 당선할 것"이라며 용퇴 주장을 일축했다. 박상천 전 대표의 측근도 "경선이든 여론조사든 우리는 당헌에 따라 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신홍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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