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끼리 유혈사태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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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 이후 이라크인들 간의 유혈사태가 급증했다. 18일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차량폭탄테러는 명확히 이라크인들을 노렸다. 미국인 2명이 희생됐지만 이라크인 1백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니.시아파의 갈등이 고조되고 쿠르드.아랍인들 간 폭력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 같은 대규모 테러공격으로 이라크 '내전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족적 저항인가=무하마드 알두리 전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는 18일 점령군을 겨냥한 이라크인들의 공격은 "민족적 저항"으로 "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두리 전 대사는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자발적이며 최근에는 "점차 조직화하고 양이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 개선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세인 체포 이후 저항세력의 공격은 이라크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18일 폭탄테러도 미군 사령부와 연합군정에 고용된 이라크인들을 목표로 한 것이다. 사건 직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이라크의 분열을 초래할 이 같은 테러행위는 즉시 근절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라크 경찰학교 무슈타크 파딜 교장은 "바그다드 함락 이후 사망한 이라크 경찰의 수가 6백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군 사망자는 5백여명을 이미 초과했다. 여기에 자살폭탄테러 및 총격전으로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 수까지 합치면 미군보다 이라크인 간의 폭력사태가 훨씬 더 자주 발생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내전성 폭력=18일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에서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13명이 부상한 이 폭발사고는 시아파들이 집중돼 있는 압바스 사원 근처에서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정신적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중심으로 조기 총선거를 요구하며 연합군정의 주권이양 일정에 반기를 들고 있는 시아파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매달 수차례 발생하고 있는 바그다드의 시아파 사원에 대한 폭탄테러도 시아파의 득세에 불만을 품은 수니파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 파병 예상지역인 북부 키르쿠크에서도 연일 쿠르드족과 아랍인들 간 유혈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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