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요원 이중간첩 파문/구소·러 담당 에임스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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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인과 함께 10년간 정보팔아 사치생활/클린턴 “양국관계 재고” 항의
미 중앙정보국(CIA)의 구 소련 및 러시아담당 책임자가 지난 85년부터 10년 가까이 구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와 러시아의 정보기관에 CIA 요원명단·활동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파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미 법무부가 22일 발표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일어난 스파이사건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러시아에 공식 항의하는 등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체포된 사람은 올드리치 에임스(현 CIA 마약문제 책임자·52)와 그의 부인 마리아 델 로사리오 카사스 에임스(41). 에임스는 CIA에서 31년간 재직했으며 85년부터 91년까지 CIA에서 소련 및 러시아를 상대로 한 이중첩자활동을 총지휘한 인물이다. 부인은 콜롬비아 출신 미국인으로 한때 멕시코에서 CIA 정보요원 활동을 했던 경력을 지니고 있다.
에임스가 스파이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주로 돈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보를 팔아 넘긴 대가로 약 1백50만달러(약 12억원)를 받았으며 이 돈으로 54만달러(약 4억5천만원)짜리 저택과 고급승용차인 재규어 등을 사들이는 등 사치스럽게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지난 10년동안 매년 신용카드 사용액으로만 평균 5만달러(약 4천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상당액의 주식투자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임스 부부가 소련과 러시아에 팔아넘긴 정보의 내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미국정부는 그를 통해 빠져나간 정보가 매우 민감한 비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정보량도 대단히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관련,빌 클린턴 대통령은 제임스 울시 CIA 국장과 앤터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에게 직접 에임스 부부의 스파이활동이 미국 안보에 끼친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미국이 러시아정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항의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구 소련 붕괴후 긴밀해지고 있는 양국관계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임스 부부를 체포하기 위해 FBI는 약 2년에 걸쳐 수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FBI는 미국으로 망명한 전 KGB 요원으로부터 그가 스파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으나 에임스가 CIA의 고위관리라는 점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첨단장비를 동원해 도청과 사진촬영·비밀 가택수색을 벌이고 심지어 쓰레기통을 뒤져 사용하고 버린 컴퓨터 프린터 리번을 입수,분석함으로써 그가 작성한 문서의 내용을 알아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FBI는 법원의 비밀영장을 받아 에임스의 사무실을 비밀리에 수색,러시아 관련 비밀서류 1백14건을 찾아냄으로써 그가 91년 대러시아 업무를 그만둔 이후에도 계속 러시아 정보기관에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음을 밝혀냈다. 재판에 회부되면 그는 종신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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