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명환씨 수사 검.경찰 묘한 갈등 인상-任씨 석방.재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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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 卓明煥씨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任弘天씨에 대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증거보강 지시를 내려 검.경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경찰은 19일밤 대성교회 운전사 任씨로부터『교회를 비판해온 데 불만을 품고 卓씨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고 범인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범행도구를 감싼 달력종이에서 단서를 포착,탐문수사.정황증거를 통해 任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시인하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21일 밤 이 사건 범행도구인 칼의 구입및 소지 경위가 밝혀지지 않는등 기초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보강수사를 지휘하면서 임의동행 48시간 시한을 넘길수 없다는 이유로 任씨를 석방토록 했다.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보복테러 살해사건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했는데도 검찰이 이 정도의 가벼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석방을 지시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검찰이 밝히고 있는 보강수사 지휘 내용은▲任씨의 현장 사전답사 여부및 방식▲범행도구인 칼의 구입과 소지경위▲운전면허 소지여부▲평소 교회차량 관리방법▲任씨의 차량소유 여부▲정확한 도주로▲쇠파이프 출처등 7가지.
서울지검 崔孝鎭형사3부장검사는『任씨가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달력 종이로 범행도구를 포장하고 이를 현장에 남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보강수사를 통해 이같은 의문점을 풀어야 할것』이라고 경찰의 수사미진을 지적했다.
崔부장검사는 또『경찰조사는 任씨가 운전중인 卓씨를 차량으로 미행했다고 진술돼 있지만 任씨가 검찰등에서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반증할 기초조사조차 돼있지 않아영장청구와 공소유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 다.
결국 검찰은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金基雄순경 사건」등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조사결과만으로 任씨를 구속하는 것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인것. 그러나 보강수사 지휘를 받은 경찰은『검찰이 任씨 연행및 자백을 언론보도 보다 뒤늦게 보고받은 사실을 심하게 질책했다』면서『보강수사 지휘 내용도 일단 영장을 신청한뒤 간단히 확인할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경찰관계자는『보강수사가 필수적이라면 도주 우려가 있는 任씨의 신병이 확보된 조사시한 48시간동안 검찰이 이를 지적,지휘했어야 마땅하다』며『만일 任씨가 도주할 경우 경찰수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崔부장검사는『경찰이 불만을 가질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며 검찰도 任씨가 무혐의라는 입장이 아니고 보강수사가 오랜시일이 걸릴 사안이 아니어서 조사결과에 따라 22일중 구속영장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경주변에서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한 피의자가 생겨나서 안된다는 점에서 검찰의 신중한 태도에 지지를 보내는 시각도있다. 그러나 강력사건의 범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한게 틀림없고정황증거가 드러나 있는데도 신병을 확보한뒤 보강해도 충분한 사소한 점을 들어 재지휘한 것은 자칫 검.경간의 수사권을 둘러싼마찰로 비쳐질수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만 만치 않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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