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기도 힘들었던 '열린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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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으로의 흡수 합당을 결의했다. 행사 중 일부 대의원이 성원이 되었다는 보고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뉴시스]

열린우리당이 18일 오후 3시간30분 동안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임시 전당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했다. 이로써 '100년 정당'을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은 3년 9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침울한 표정으로 "국민에게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날"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은 "영광과 회환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며 "성공하는 개혁을 이루는 데 매우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콧등이 빨개진 채 연단에 올라 "비통한 심정이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숙연함과 달리 열린우리당의 최후는 거칠고 소란스러운 양상이었다. 행사장 곳곳에서 일부 당원은 합당 반대 시위를 감행했다. 당 사수파 당원.대의원 400여 명은 대회장 앞에 진을 치고 "정당개혁 말아 먹은 지도부는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대 토론에 나선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김원웅 의원은 "원칙 없는 통합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사수파 당원은 늦게 도착한 대의원(전체 5200명)의 출석을 막기 위해 대회장 입구를 봉쇄하려다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영선 의원이 떠밀려 넘어졌다. 일부 대의원은 행사가 진행 중인 단상으로 뛰어들며 "합당 반대"를 외치다 진행요원에게 끌려나갔다. 한 당직자는 "문 닫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며 혀를 찼다.

이날 전대에는 재적 대의원 5200명 가운데 과반을 겨우 넘긴 2644명이 참석해 가까스로 합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수파 대의원들이 "대의원 재적 숫자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표결을 지연시켰다. 이들은 "당초 5347명이라고 했는데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자 임의로 대의원 숫자를 줄인 것 아니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 바람에 임시 전대는 당초 예정보다 1시간30분이나 더 소요됐다.

정족수 논란은 전대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김혁규 전 지사 측은 "최소한의 양심적 도리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병렬 사무부총장은 "탈당자와 이중 당적자 등을 제외해 5200명으로 확정한 것이며 법률적으로 소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세균 의장은 19일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의장 취임 이후)생각보다 훨씬 힘든 6개월을 보냈다"며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이유는 리더십 부재이며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실수가 쌓여서 큰 어려움이 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얻어야겠다"고 토로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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