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호우 피해 얼마나 심각한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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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02면

북한이 18일 수해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연기한 데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납득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 정도로 북한의 호우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軍에 동원령 … 사실상 국가 긴급사태

북한에는 7~11일 대동강 중ㆍ상류에 524㎜가 쏟아졌다. 만경대구역·중구역·평촌구역 등 평양 일부 거리엔 2m까지 물이 차 올랐고, 보통강 호텔 1층과 능라도 5ㆍ1경기장이 침수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최악의 홍수였던 1967년 8월 25~29일의 472㎜보다 52㎜나 더 내렸다”고 보도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평양의 도로들이 진흙탕 속에 묻혔고 보통강이 범람해 주변 가옥들도 침수됐으며, 청류관·창광원·안산각과 일부 아파트는 1층까지 잠겼고 동평양은 허리까지 물이 찼다”고 전했다. 평남 북창 796㎜, 덕천 621㎜ 등 평양 외 북한의 여러 지역에도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번 폭우로 사망ㆍ실종자 등 인명피해는 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통신은 “주택 8만8000채가 붕괴하거나 침수됐고, 3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회 기간망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천강ㆍ부전강6호ㆍ통천1호 등 수력발전소를 비롯한 공공기관 800여 곳이 침수 피해를 보았고 500곳의 고압 송전탑이 파괴됐다. 석탄 14만4000t 이상이 유실되고, 탄광 갱도 300여 개소가 무너졌다. 에너지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교량 540여 개소, 철길 노반 100여 개소가 유실됨에 따라 구조대와 피해 복구반이 침수 지역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농경지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벼ㆍ옥수수 재배 지역 10만여 정보(전체 논밭 11%에 해당)가 유실된 것으로 북한 농업성은 잠정 집계했다. 특히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 강원도, 평안남도 등 남부 4개 지방에 피해가 집중됐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곡물 생산이 최대 40만t 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중앙방송은 15일 “평양~원산 사이를 비롯한 주요 도로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며 “인민군까지 떨쳐나서 현재 도로 복구를 위한 투쟁을 힘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군 동원령을 전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북한은 수해로 사실상 국가 긴급사태를 선포한 상태”라고 밝혔다. 북한은 피해 상황을 초기부터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신속하게 외부로 전했다. “초보적인 집계”라는 말도 덧붙여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례적이다. 국제사회의 긴급 구호가 절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상회담 시 육로 방문길이 될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 일부도 유실돼 운행시간이 기존의 두 배가 넘는 6시간가량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구가 느려지면서 전염병 창궐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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