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RB 전격 개입, 서브프라임 쓰나미 진정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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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전격 인하함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진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위기를 미국이 직접 나서 진정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할인율 카드 꺼낸 미국, 금리도 내릴까=미국의 재할인율 인하는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이후 줄기차게 금리 인하 압력을 받아온 버냉키 FRB 의장이 금리 인하 대신 꺼내든 카드다. 재할인율 인하는 민간은행이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해 그만큼 유동성 공급이 늘어난다. FRB가 금리 인하라는 직접적인 수단 대신 시중 유동성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FRB는 성명에서 "비록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제가 하강할 위험이 상당히 커졌다"고 판단했다. FRB는 또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금융시장 불안을 진화하기 위한 의지를 강조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이제 세계 시장은 다음달 18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이에 따른 시장의 동요가 심상치 않은 만큼 FOMC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베어스턴스의 데이비드 맬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한계점에 근접하고 있어 FRB가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증시의 조정 폭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직후 하락폭의 절반 정도 수준"이라며 "불안 사태가 진정될지 여부는 FRB가 금리 인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FRB는 LTCM 사태 이후 3개월 동안 세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FRB의 결정은 앞으로 유동성 공급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지난 한 달 동안 11조원 가까이 주식을 공격적으로 내다팔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분석팀장도 "악화일로를 거듭하던 증시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팀장은 "추가로 금리 인하 조치가 예상되므로 우선 기술적 반등이 먼저 나온 다음 실질적인 반등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해외증시 하락의 전염효과 때문에 국내 증시가 그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국내 증시가 이르면 다음주부터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FRB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에 나섰지만 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시장불안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부터 보고 앞을 내다보자"=증권사들은 신용경색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과거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박효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주요 폭락 장세에서 지수는 평균 15일간 19.5% 하락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16일째부터 6일간 'V'자 반등을 보인 뒤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며 "회복까지는 평균 44일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이 분석한 과거 사례는 97년 외환위기와 98년 LTCM 파산,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1년 9.11 테러, 2006년 5월 버냉키 쇼크(전격적 금리 인상 시사 발언) 등 다섯 사례다. 예컨대 외환위기 때는 하락 장세가 124일이나 지속됐으며, 이 기간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51%였다.

홍병기.최준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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