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완주한 두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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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후보 "이·박 하도 싸워 마음 졸였을 것"

한나라당 경선이 시작되기 직전 홍준표(사진)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후보 측의 '영입 0순위' 대상이었다. 두 후보 모두 3선 의원인 홍 후보의 정치감각과 정책능력을 높이 샀다. 홍 후보의 고려대 11년 선배인 이 후보 측은 개인적 인연을 내세워 "도와달라"고 했다. 박 후보 측은 선대위원장직까지 제안하며 홍 후보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출마 선언에서 '서민대통령론'을 내세웠다. 그는 "당내 지지보다는 대한민국 80%에 달하는 서민들에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경선 유세를 통해 당내 경선의 '흥행사'로 부상했다. 이.박 후보를 향한 그의 거침없고 위트 있는 언변 때문이었다. 그는 경선 기간 내내 '빅2'를 교대로 공격하면서 격전 현장에서 완충제 역할을 했다.

"이 후보 측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 후보에게 준 6억원에 대해 세금 냈느냐'고 추궁했는데… 아버지 죽어서 조의금 받았는데 그걸 세금 내느냐. 그걸 따지는 남자들이 추접하다."(7월 26일, 부산 유세)

"박 후보가 당을 구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전에는 홍준표가 (저격수로서) 당을 구했다."(7월 30일, 인천 유세)

"나는 일도 잘하고 흠도 없다. 게다가 말도 잘한다. 그런데 대의원 여러분들 왜 엉뚱한 데 줄 서서 고생하나."(7월 27일, 울산 유세)

홍 후보는 17일 마지막 합동유세(서울)에서 "이.박 후보가 하도 싸우니 마음도 많이 졸였을 것"이라며 "나는 개인보다 당을, 당보다 나라를 우선하는 만큼 두 후보를 공격하지 않고 막아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이) 두 사람을 이때까지 안고 오는 데 내가 기여했다. 나를 찍는 건 사표(死票)가 아니다. 내 역할이 있다"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가영 기자

원희룡 후보 "경선이 끝나도 내 역할 할 것"

원희룡(사진) 경선 후보의 완주를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고진화 후보가 중도 포기하자 "이번엔 혹시 당신 차례"라며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아버지의 행상 수레에 깔려 휜 발가락을 갖고도 42.195㎞의 마라톤을 아홉 차례나 완주한 그에게 경선 레이스는 어쩌면 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한나라당의 '젊은 피'로 평가받는 원희룡 후보는 경선을 완주한 소감을 "한나라당의 희망을 봤다. 이제 다시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당 개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이 끝났다고 내 역할이 끝난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바빠질 것"이라며 "개혁적인 정책과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며 한나라당 지지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관심과 무시, 그것을 넘어선 오해와 폄하, 악의적 공격 등이 날 어렵게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맷집과 내성을 키웠다. 한나라당의 경선이 생산적이지 못하고 흠집내기 공방으로 흐른 점이 가장 안타깝다."

-많은 소장파 의원이 지지율 1위 후보를 도왔다. 서운하지 않았나.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젊을수록 명분과 원칙이 더 중요하지 않나. 소장파들이 그걸 소홀히했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영남 지역의 김명주 의원이 끝까지 나를 도와줬다는 점이다. 동지란 진정한 한 명에서 시작하는 것 아닌가."

-경선 이후 당내 화합이 가능할까.

"진 후보들이 경선 결과 승복이라는 민주적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패배 후보들의 지지자들은 불복을 부추겨선 안 된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애당심과 애국심을 갖고 있는 후보들인 만큼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협조할 것이라 믿는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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