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때까지 휠체어 대장정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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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현씨가 15일 완주 지점인 베를린에 도착하고 있다.[베를린=연합뉴스]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휠체어를 타고 유럽 대륙 일주에 나섰던 뇌성마비 1급 중증 장애인 최창현(42)씨가 15일 오후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도착해 1년3개월 만에 대장정을 성공리에 마쳤다.

선천성 뇌성마비로 손과 발이 불편한 최씨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발을 의자에 끈으로 묶어 고정하고, 전동 휠체어를 입으로 조종하며 유럽 32개국 2만6000㎞를 완주했다. 최씨는 지난해 5월 그리스를 출발한 이래 평균 시속 10㎞ 내외의 속도로 이 같은 거리를 주파해 내년도 기네스북에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마라톤 부문 세계 최고기록자로 등재될 예정이다.

최씨는 최종 목적지인 베를린 장벽에서 발표한 평화선언문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지구촌은 한 가족이라고 하지만 남한과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허리가 둘로 나누어진 분단 국가로 남아 있다”며 “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졌던 것처럼 남북한에서 철조망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인이란 자긍심을 갖고 힘든 여정을 이겨냈다”며 “유럽 교민과 대사관 관계자들의 격려와 성원에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노숙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며 5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올 6월 교황청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고 격려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최씨가 도착한 베를린 장벽 잔존 구간인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는 교민과 대사관 직원, 독일 장애인 관련 단체 인사 50여명이 그를 환영했다. 휠체어 장애인인 일랴 자이페르트독일 좌파당 의원은 현장에서 최씨의 노력을 치하했다.

최씨는 1999년 대구에서 임진각까지 국토종단을 완주했고, 2001년에는 112일 동안 미국 대륙 5500㎞를 횡단했으며 2003년에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성공을 염원하며 일본 열도 3400㎞ 종단에 성공했었다. 그래서 ‘한국의 포레스트검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유럽 대륙 일주에 이어 실크로드를 따라 2만㎞에 이르는 아시아횡단을 계획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을 출발해 터키, 인도, 중국, 백두산을 거쳐 한반도를 종단해 한라산에 이른다는 구상이다.

최씨는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날까지 휠체어를 타고 전 세계를 계속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최씨는 96년 장애인 단체인 ‘밝은 내일회’를 만들어 장애인 권익 신장을 위한 활동을 펴왔다. 이번 대장정의 경우 문화관광부 등 몇몇 정부부처와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우리은행 등 일부 기업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이재훈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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