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2통」 사업자선정 심사/「재계 청문회」 방불한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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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강점부각·상대약점 공략/포철 기술분야 우위 과시에 주력/코오롱/“자사지분 안정적확보” 강조
사업자 선정에다 사업권 반납·재선정 공고 등 우여곡절을 빚으며 5년여를 끌어오던 제2이동통신의 사업자 선정작업이 마침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경련은 14일 오전 전경련회관에서 제2이동통신사업의 지배주주 최종선정 과정인 합동 면접심사를 개최,18일까지 5일동안 컨소시엄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사업취지·계획 등에 대한 질의응답식 평가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이번 면접심사는 경제계의 첨예한 관심에다 비공개에 따른 잡음을 우려,이례적으로 공개리에 열리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전경련 회장단은 물론 신청사의 그룹 회장들까지 배석자로 참석했다.
발표자로 나선 포철 신세기이동통신의 권혁조사장,코오롱 제2이동통신의 송태평사장,금호텔레콤의 윤양중사장은 이날 오전 실제 면접심사에 앞서 마련된 사전 배경설명의 발표순서를 정하기 위해 제비를 뽑기까지 했다. 『포철은 지금까지 적자 한번 기록하지 않은 기업입니다. 뛰어난 경영효율과 능력으로 이동통신사업을 성공시킬 것입니다』(포철) 『체신부가 전경련에 2통사업자 선정을 의뢰한 것은 순수 민간기업의 활력과 창의력을 통한 경쟁을 고려한 것입니다』(코오롱)
『뒤늦은 출발이지만 컨소시엄의 구성을 지역간·산업간 협력에 맞게 구성했고 사실 오래전부터 이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사업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금호)
이들은 5일간의 설연휴까지 반납하고 치밀한 사전연습을 했지만 최종결정권을 쥐고있는 최종현 전경련회장,강진구 삼성전자회장,조석래 효성그룹회장,장치혁 고합그룹회장 등 전경련회장단과 소속그룹 회장인 포철 정명식회장,코오롱 이동찬회장,금호 박성용회장까지 참석한 자리인 탓인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20분씩의 배경설명이 끝난뒤 계속된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라이벌관계인 포철과 코오롱이 막연하게 『우리가 무조건 낫다』라는 그동안의 홍보전략을 버리고 마침내 자신들의 강점,상대방의 약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막바지 경쟁양상을 보인 것이다.
포철은 그동안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산학연체제나 2통의 기술방식인 CDMA(디지틀 다자간 접속방식)의 사전준비 정도를 자세히 설명,기술분야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아울러 포철이 단순한 공기업이 아니라 최고의 일반 민간기업보다 더 뛰어난 경영효율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민기업·민족기업이며 재계의 일원이라는 차원에서 지분율을 낮춰가면서까지 일반기업의 참여를 늘렸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대해 코오롱측은 외국회사에 20%의 지분이 돌아가는 점을 감안할때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23%로 책정한 자신들이,지분율 16%로 책정한 포철에 비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코오롱측은 이날 신규참여 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의미로 지분중 5%를 전경련에 위임하고 현재 선경이 1통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계약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미국의 GTE사도 자신들이 대신 받아들이는 등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금호측은 이번 참여가 장거리전화 등 향후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경험축적과 기득권확보 차원이라는 주위의 여론을 의식한듯 사전준비의 정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번 구도는 포철과 코오롱으로 좁혀질 것이며 전경련이 이같이 치밀한 심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볼때 양 기업간의 타협을 유도하거나 공동지배주주의 가능성은 없고 결국 회장단이 둘중 하나를 고르는 단안을 내릴 것이라는 것이 이날 참석자들의 분석이다. 회장단은 지난 7∼8일 실시한 서류심사 평가결과와 이번 면접심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오는 21일과 25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지배주주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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