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미흡」으로 점수 깎인 개혁/민주당이 본 문민정부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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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핵대응 대미 공조만 강조… 민족문제 소홀
민주당이 출범 1주년을 맞는 김영삼정부의 평가서를 냈다.
민주당 정책위는 14일 「김영삼정부 개혁의 한계와 10대 실정」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를 최고위원 회의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현 정부가 개혁정책의 일부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혁세력의 한계 때문에 결국 실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김영삼정권은 물가폭등 등의 민생불안을 비롯해 10대 실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10대 실정이란 ▲물가폭등 ▲UR협상 실패와 쌀시장 개방 ▲북한핵문제 방기와 남북관계의 후퇴 ▲환경정책의 실종과 낙동강 수질오염 ▲국회 날치기 파동 ▲연속되는 대형참사 ▲실명제 대체입법 지연으로 대형금융사고 빈발 ▲노동복지 후퇴와 노동법 개정연기 ▲교육예산 GNP 대비 5% 공약파기 ▲절실인사 등 파행적인 인사정책 등이다.
민주당은 이중에서 무엇보다 민생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이 미흡하다는 점을 가장 큰 잘못으로 짚었다.
특히 10대 실정의 첫번째로 꼽은 물가폭등은 정부의 무책임성 때문에 민생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졌다는게 민주당의 기본인식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인상을 억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나 이에 뒤따르는 별도의 물가대책이 없어 물가불안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또 수질오염이나 잦은 대형참사도 누차 문제점이 지적되었음에도 정부의 후속조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를 「민생실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또 최근 민족문제이면서 국제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정부의 자주성 결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공조체제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이것이 갖고 있는 민족문제를 등한시했다는 주장이다.
남북한간의 협조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북한핵 문제가 미국­북한간의 협상에만 맡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외교정책의 대표적인 실정이라는 비난이다. 더욱이 이러한 자주성의 결여가 미국내 군사주의자나 냉전주의자들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현 정부의 정책수행상의 다음 잘못으로 꼽는 것은 제도개혁의 미비다. 정실인사나 날치기파동 등의 파행은 바로 개혁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바람직한 개혁의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개혁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해 인사정책의 파행을 방지하고,실명제 대체입법으로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실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로 정부·여당내에 개혁·보수세력이 혼재하는 현 정부의 태생적인 기형성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권내 수구세력을 과감히 정화하고 제도권 내외를 막론해 개혁세력들과 연대하는 길만이 올바른 개혁정책을 흔들림없이 수행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평가를 앞으로 임시국회와 이기택대표의 국회연설 등에서 반영할 계획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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