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태세 정말 문제 없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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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 주변에 난무하는 전쟁시나리오가 지금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보유하고,운반수단까지 개발했다는 미 국방당국의 판단이 불안증폭의 계기가 됐다. 북한 핵사찰 문제가 결국 온 유엔안보리제재로 귀착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의 군사력 전진배치상황과 북한의 남침시 미국의 평양점령전략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우리의 불안감은 더해가고 있다.
그보다 더한 우리의 불안은 우리가,정부와 군이 지금 우리들의 주변을 떠도는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면서 이를 미리 막아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의연한 태도로 상대를 다독거리느냐에 있다. 우리는 정부에 대해 솔직히 안보는 정말 안심해도 되는가를 묻고 싶은 심정이다. 정확한 사태판단과 대처방안은 있으며,국론은 통일시켜가고 있는가.
말할 것도 없이 전쟁은 미리 막아야 한다. 최상의 전력은 억지전력이다. 병력도,무기도,훈련도 전쟁억지를 위해 있는 것이다. 강한 전력을 가질 때에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핵개발 억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사찰이란 통제수단을 「전쟁」이란 카드로 벗어나려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전쟁억지능력 여하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 정부가 적어도 다음 다섯가지 측면에서 확고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정확하고 신속한 대북정보 획득 및 판단능력의 강화다. 북한 핵문제는 우리 문제다. 미국의 문제나 일본의 관심거리로 방치할 수 없는 민족생존에 관한 문제다. 핵문제와 관련한 대처방안과 정확한 정보를 스스로 가져야 한다.
다음은 군의 사기다. 군의 전력은 군사기와 총화외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백만대군도 사기가 떨어져 있는한 전쟁억지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훈련된 직업군인들이 자신의 직무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최근 조사결과는 그런 점에서 우리 군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인상의 정립이다. 국민의 군대로 다시 태어나야할 우리 군이 최근의 사정한파이후 불신의 대상이 된듯한 상황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군수비리를 둘러싼 의혹을 말끔히 씻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는 무기체계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최근 F16의 전자교란장치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되었지만 율곡사업 말썽과도 관련된 중요성을 갖는다. 전문가와 경영원칙에 따른 효율성이 보장되는 체계정립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통일된 정책과 일관된 안보정책의 중요성이다. 우왕좌왕하는 정책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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