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대표.개혁모임 홀로서기-민주당 脫DJ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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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民主黨내에 金大中前대표(亞-太재단이사장)의 오랜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李基澤대표는 일정한 선을 긋고는 있지만 최소한 金大中씨(DJ)의「통일주도」에 대해선 도전장을 내고 있는 상황이고 당내 개혁모임은 차기 전당대회에서「金心(金大中)」배제를 외치며 독자세력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DJ가 그려놓은 오랜 야당내 구도를 극복해보려는 이같은 움직임은 조기전당대회가 가시화되면 더욱 불거질 조짐이다.
○…2월 임시국회후 訪北신청을 추진중인 李대표가 최근 통일과남북문제에 한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28일저녁 서울 힐튼호텔에서 있은 李대표의 서울청년회의소(JC)초청강연은 통일연구를 業으로 삼은 DJ에게 李대표가『통일은 나도 한번 해보겠다』는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진 무대였다.
30여분에 걸친 연설 대부분을 자신의 訪北당위성과 통일.북핵문제 해결방안에 할애한 李대표는『앞으로 내가 할 수있는 일은 후배 세대를 위해 통일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통일주도」의 뜻을 천명했다.
「통일=DJ」의 도식을 이제는 바꿔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李대표는 이날 民主黨의 金科玉條가 되다시피한 DJ의 통일론과도 상당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이날 통일후 남북한.중국.러시아에 퍼져있는 동포들의「한민족 경제공동체」결성을 주창하며『남북이 합쳐야 선진국의 필수요건인 7천만 인구가 된다』는 DJ의 논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차별성을 시도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도 美-北韓의 핵.經協등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DJ에 반해 李대표는 南-北韓.美國의 3者회담을 거듭 촉구했고『경협은 일괄타결이전부터 북한에 제공되어야 한다』며 한층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
李대표는『DJ의 3단계 통일론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으면 받아들일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더 나은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것 같다』고 DJ통일론의 영구 고수를 인정치 않았다.
李대표의 이같은 통일주도 작업에 DJ의 측근들은『남의 밥상에숟가락을 얹어 놓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金이사장은 27일 재단창립식 기조연설에서『대통령이 먼저 북한에 가고 다음에 야당대표가 가야 한다』며 李대표의 독자방북 추진에 신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李대표측은『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선 「통일」이슈를 잡아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내에서도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李대표측은 DJ와는 통일등 모든 이슈에서 경쟁관계가 아니라 선의의 협력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정한계를 가질 뜻을비추고 있다.
따라서 97년 대선까지는 DJ와 차별화는 시도하되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구도하에「홀로서기」를 모색하고 있다.
○…당내 개혁정치모임(이사장 林采正)은 28~29일 李富榮.
盧武鉉최고위원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이사회를 갖고『현 지도체제로는 자치단체장선거 승리가 어렵다』며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했다. 대선패배후 지도력 보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채택했던 현 9人 집단지도체제를 3~5인의 최고위원중 1인이 다득표순으로 대표를 맡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李대표 중심으로 현 체제의 民主黨을 강화하라』는 DJ의 구도를 정면으로 뒤엎고 나온 셈이다.
개혁모임은 독자 당권후보를 내는 문제는 추후 논의키로 보류했으나『장기적으로 민주당의 개혁정당화를 위해 모임의 독자적위상을강화한다』며 DJ의 영향력이 미칠 소지가 많은 기존의 주류.비주류 二分구도에서 벗어나 홀로설 것을 결의했다.
개혁모임은 이미『차기전당대회에서는 먼저번과 같이 金心이 등장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어 『金心은 영원한 것』이라는 李대표측과 차후 미묘한 냉기류를 형성할 조짐마저 보이고있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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