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유대계 장악-비협조적일땐 공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보비 인먼 美국방장관 지명자가 언론의 비난을 이유로 지명을 사퇴한 것과 관련,일각에서 美언론들이 유대계에 장악돼 있으며 이들이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주요 공직에서 배제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 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주로 아랍계 인사들이지만 인먼도자신을 공격한 윌리엄 새파이어 뉴욕타임스紙 칼럼니스트가 유대계이며,자신을 공격한 이유가 중앙정보국(CIA)부국장 시절 이스라엘을 위한 정보 누설자가 돼달라는 새파이어의 부탁을 거절했기때문이라고 폭로한 바 있어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아랍계 인사는 최근 새파이어가 매우 강경한 시온주의자이며,인먼의 사퇴는 親이스라엘계 언론인들이 공동보조를 취해 꾸민 음모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파이어 외에 매파 시온주의자 언론인으로 뉴욕타임스紙의 앤서니 루이스,보스턴 글로브紙의 앨런 굿먼 등을 지목했다. 그는 인먼이 親아랍계 인사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히親이스라엘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면서 미국 정부내 주요 요직에 유대인이거나 親유대계 인사가 포진하고있는 상황에서 인먼 같은 사람이 이스라엘의 안보 와 직결되는 美국방장관이라는 요직에 발탁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파이어는 유대계 대학으로 알려진 시러큐스대학을 졸업했으며 중동특파원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또 리처드 닉슨 前대통령 당시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아랍계 인사들은 이달 중순 빌 클린턴대통령이 스위스에서 하페즈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난 것을 두고 주요 언론들이 조만간「클린턴이 아랍에 접근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美 언론들은 인먼이 사퇴한 사건을 단순히 인먼과 언론간의 불화인 것으로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낯이 두꺼울 필요가 있는 국방장관직에 인먼은 걸맞지 않은 인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는 유대계에 의한 비유대계 인사 축출공작이라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는게 아랍계 인사들의 주장이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