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체계 무시한 졸속 입안”/여야 반발에 부닥친 「농특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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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감세한뒤 또 과세” 무원칙/민자/“규모축소·세부담 형평을”/민주
정부가 급조한 흔적이 역력한 농어촌특별세(농특세) 신설계획이 수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 세금이 조세원칙이나 조세체계에도 맞지 않는 졸속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언론은 물론 민자·민주당 등 정치권의 강한 비판을 더이상 감내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자당은 24일 농림수산부와 당정회의를 가진데 이어 25일 재무부와 당정회의를 열어 농특세를 수정했다.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정책에 대해서는 늘 입다물어왔던 민자당으로서는 국민편익의 차원에서 모처럼 한건 한 셈이다.
○“경쟁력 약화 초래”
○…당초 정부의 농특세 신설방안을 미리 보고받은 민자당 정책위는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비판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정책위는 지난 21일 농특세 발표를 위한 농림수산부·재무부와의 당정회의에서도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반면 소속의원들은 농특세 신설계획이 발표되자 신랄하게 계획의 졸속성을 비판했다. 우선 구자춘의원은 『목적세를 또 신설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을 무시한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병렬의원은 『근로자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금융상품에까지 세금을 물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고 나웅배·박명근의원 등은 『세법을 개정한지 달포 남짓한데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명박의원은 『국가경쟁력을 키우자고 외치면서 경쟁력있는 쪽에 세금을 매겨 경쟁력 없는 쪽으로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도시출신의 한 의원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법인세율(과세소득 1억원 이상에 대한)을 2% 포인트 내렸는데 이를 다시 환원하겠다고 하니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국가정책상의 필요에 의해 조세감면을 허용해놓고 다른 쪽에서는 그 일부를 다시 목적세로 거두겠다는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는 등 정부의 무원칙과 자기 모순을 꼬집는 의견들이 속출했다.
○“예산조정 가능”
○…민주당은 농특세 대상을 조정한다거나 사용처를 분명히하는 정도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국가경쟁력 강화의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농특세라는 목적세 신설방법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주민들의 세부담이 너무 무거워진다는게 민주당의 논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농특세보다 가능한한 주민들의 세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대안을 내고 있다. 그 첫째는 농업발전 부문에 들어갈 신세의 총량을 축소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부담의 형평성을 기하자는 방법이다.
우선 신설될 세금 자체의 총규모를 축소해 부담을 줄이는 방안은 예산의 효율적인 조정에 있다. 국방비 동결이나 관변단체 지원예산 폐지,그리고 경부고속전철 등에 집중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 예산의 전면 재조정이 그것이다. 그래도 농업부흥을 위한 세금신설이 불가피하다면 우루과이라운드(UR)의 수혜자에게 부담이 돌아가도록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오 정책위 의장은 『농특세는 기업투자의 임시 세액공제,기술개발에 대한 세감면 축소를 세입원으로 삼는 등 경쟁력 강화에 역행하는 점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같은 부분에 세금을 때릴 것이 아니라 농축산물 수입업자·수입축산물 가공 및 판매업자 등 시장개방의 수혜자들에게 세금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박영수·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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