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약품 핸드볼팀이 사라지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연이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백전노장 南恩英의 슛,평소와는달리 마비된듯 단조로운 金貞美의 몸놀림,바르셀로나의 문지기답지않게 상대편 선수에게 공을 던져주는 車在景….
21일 핸드볼큰잔치 2차대회 초당약품과 한체대간의 여자부 1,2위전 경기가 벌어진 대전충무체육관.
팀해체결정으로 고별전을 치르는 초당약품 선수들은 제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채 그렇게 주저앉고 말았다.
초당약품23,한체대32.
드디어 경기가 끝나는 순간,코트와 벤치의 초당약품 선수들은 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서있었다.
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결같이 지금 입고있는 정든 유니폼을 더이상 입을수 없다는,막 끝난 경기가 초당약품 핸드볼팀의 마지막경기였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듯했다.
무거운 걸음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선수들의 눈에 물기가 비쳤다. 『왜 이순간에 올림픽 금메달이 생각나는 거지? 언제까지 이런 신파극을 보여줘야 되는 거냐구.』 올림픽 사상 구기종목 첫 금메달.올림픽 2연패.
그러나 텅빈 관중석.세계무대에서 인정받지만 국내에선 스카우트열풍은 커녕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는 선수들.그래서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스타들.
어느 젊은 감독의 독백은 이런저런 한국핸드볼의 모순된 여건에대한 항변이었다.
[대전=李德寧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