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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단단히 화났다/경기지사 「팔당」 거짓해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탁상보고 믿고 감사내용 정면 부인/민자당까지 확인않고 동조해 “불쾌”
이시윤 감사원장은 21일 대단히 화나 있었다.
팔당수계 오·폐수처리장 실태감사결과를 놓고 경기도는 물론 민자당까지 「뜻밖의」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20일 윤세달 경기도지사가 감사원의 발표를 정면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한데 이어 민자당 간부들까지 감사원을 성토하고 나서자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2천만 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한강이 이토록 오염에 방치돼 있는데도 경기도가 즉각 책임규명 및 시정을 할 생각은 않고 거짓보고로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는가 하면 민자당은 사실여부를 확인도 않고 감사원의 발표를 뒤엎으려 했기 때문이다.
감사원 일각에서는 이회창원장이 있었으면 정치권에서 감히 「도전」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말까지 나와 이 원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원장은 한때 기자회견 등 강경대응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국무총리도 21일 사석에서 『윤 지사가 무슨 의도로 그런 해명을 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말해 발언배경에 대한 진의를 파악할 뜻을 비췄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감사원은 19일 오후 『팔당수계 39개 오·폐수처리장중 단 한곳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채 분뇨·축산폐수·가정오수 등이 그대로 한강에 흘러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이 20일자 신문부터 보도되자 윤 지사는 오전 도청기자실에 해명자료를 들고 내려와 감사원이 지적한 75건중 67건이 조치완료되고 4건을 조치중에 있으며 나머지 4건은 미조치 되었다고 주장했다.
윤 지사는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낙동강 수질오염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감사원이 작년 10월 끝난 감사결과를 이제와서 부풀려 발표하는 것은 저의가 있는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경기도는 이같은 해명자료를 청와대·민자당·총리실 등에서 팩시밀리로 보냈다. 민자당 고위당직자들은 경기지사의 해명을 근거로 강도높게 감사원을 비판했다.
『지난해 감사가 끝나 대부분 조치완료된 사안을 이제 와서 발표한 의도가 뭐냐』(김종필대표),『감사원이 무책임한 일을 벌였으니 책임을 지워야 한다』(이세기 정책위 의장).
그러나 경기도가 주장한 「75건의 지적사항중 67건 시정완료」는 윤 지사가 급히 일선 시·군에 시달해 결과를 취합한 것일뿐 감사원의 실제 지적사항(40건)과는 내용에서도 상당수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경기도가 조치완료했다고 해명한 67건은 이중으로 계상된 공사비 감액,미설치된 단순기자재의 설치 등 단순사항이 대부분으로 오·폐수처리장의 정상가동과는 무관한 내용들이었다.
한편 윤 경기지사는 사태가 악화되자 21일 민자당을 직접 찾아가 사죄하는 한편 감사원 신동진 사무총장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부실행정으로 한강물 오염을 방치해 놓고도 탁상보고에만 의존해 거짓 해명에 급급한 경기도청과 윤 지사 같은 관료조직의 무사안일하고 책임모면적인 태도가 계속되는 한 개혁도,수질청정화도 한낱 연목구어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잘못된 보고를 믿고 엉뚱한 논평까지 발표한 민자당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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