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여저에 재수생 약세/올 대입 명문대 합격자 판도를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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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강남 8학군 거센바람 여전/정원 들고도 기준미달 탈락 늘어
서울대와 성균관대가 22일 합격자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94학년도 전기대 입시일정이 모두 끝났다.
새 제도의 도입으로 변수가 많았던 이번 입시에서는 특히 서울대 등 명문대의 합격생 판도가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큰 특징은 수년째 계속돼온 재수생들의 감소현상이 이번에도 역시 재현된 것.
서울대는 물론 고려·연세대 등에서도 전체 합격자중 재수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공통적으로 낮아졌다. 또 여학생들의 비율도 지난해보다 떨어져 「남고여저」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모집정원 이내에 들고도 성적이 일정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수험생에 대한 탈락조치가 잇따라 내년도 입시부터는 다른 대학들에게도 이같은 조치가 확산돼 일반화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서울지역,특히 강남 8학군 고교의 합격률이 여전히 높음이 입증됐고,우수학생들의 집단인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가 단연 두각을 나타내 수석자리를 휩쓸다시피 했다.
◇재수생 저조=서울대의 경우 합격자 4천9백2명중 재수생은 31.6%인 1천5백48명으로 이는 작년의 35.3%보다 3.7%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특히 92학년도의 41.7%와 비교하면 10% 이상이 낮아졌으며 이같은 추세는 90학년도부터 5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는 우수집단의 재수기피 심리에 따라 고교 졸업연도의 첫 대입에서 안정지원으로 합격을 쟁취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는 반증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17,18일 각각 합격자 발표를 한 연세·고려대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연세대의 경우 재수생의 비율이 지난해 38%에서 27%로 크게 줄었으며 고려대도 지난해의 31%보다 7% 준 24% 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는 재수생이 약세를 보였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숫자감소를 원인으로 보는게 옳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전체 응시자중 재수생은 31%를 밑돌았으나 합격률은 이를 약간 상회했다.
◇기준미달자 탈락=서울대는 이번 합격사정에서 음대에 지원한 학생중 실기능력이 떨어지는 3명을 불합격시켰다.
따라서 합격자 총 숫자도 모집정원 4천9백5명보다 3명이 적은 4천9백2명이 됐다.
대학측은 『다른 합격생들보다 현저히 실기 기능이 떨어질 경우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이유를 밝혔다.
이는 이화여대가 10일 미달학과 21개(25개 전공)에서 수능성적 저조자 78명을 무더기로 탈락시킨 것과 같은 조치로 이밖에도 몇몇 대학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내년도 입시부터는 기준미달생에 대한 불합격조치가 일반화돼 과거의 배짱·눈치지원은 사라질 전망이다.
◇특수고=올 전기대 입시에서 서울과학고가 자연계를,대원·대입 등 두 외국어고가 인문계를 「평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17일 결과가 발표된 대입수능시험에서 전체수석과 여자수석을 독차지한 서울과학고는 포항공대 전체수석 및 전학과 수석을 휩쓸고 급기야 서울대 전체수석까지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과학고는 이와함께 서울대 지원자 재학생 1백26명 전원을 포함,재수생 6명 등 1백32명이 합격한 것으로 밝혀져 92년 74명,지난해 1백19명에 이어 3년 연속 서울대 「대량합격」이라는 「괴력」을 발휘했다.
또 대원외국어고는 연세대에 1백26명,고려대에 1백17명 등 두학교에만 2백43명을 합격시켰다. 특히 대원고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합쳐 91년 2백38명,92년 3백16명,93년 4백16명을 합격시키는 등 기록 경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일외국어고도 지난해 1차 수능때 인문계 수석을 차지한 것을 비롯,본고사를 치른 연세대 인문계 수석을 배출했고 고려대에 1백16명을 합격시키는 등 대입 명문고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대원·대일고 합격자들의 경우 현행 입시제도에서 내신이 40%를 차지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6∼10등급의 성적으로 대거 합격해 본고사에서 특히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들이 한결같이 『과외를 하지 않았으며 학교수업 진도에 맞춰 예습·복습을 쉬지 않으면서 관련 서적들을 읽어나갔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 사항이다.<김석현·권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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